[아무튼, 주말]
북한 도시 30곳 분석한
‘북한지리지’ 발간, 왜?
지난해 1,2편을 시작으로 최근 3,4편이 발간된 '북한지리지'. 지금까지 북한 도시 30곳을 다뤘다. |
이런 가운데 북한 개별 도시의 역사와 행정, 산업, 사회·문화, 교통 등을 아우르는 ‘북한지리지’가 잇따라 출간됐다. 지난해 2월 1·2편이 나왔고, 최근 3·4편이 출간됐다. 편마다 7~8개 시·군을 담아 총 30개 지역을 다룬다. 김책시·삼지연시·정주시 등 들어봄 직한 도시부터 명천군·재령군·향산군 등 생소한 곳도 많다. 북한이 저렇게 단단히 빗장을 걸어 잠근 마당에, 이 지역들을 알아보는 건 무슨 효용이 있을까.
청송 사과씨를 받아올 땅을 찾아서
책 제목은 정확하게는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지리지’다. 지자체 31곳이 참여하고 있는 전국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남교협)가 기획했고, 남교협은 북한의 지방 도시와 실제 교류할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응답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매 도시’를 찾기 위해 북한 도시들을 우선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경북 청송은 사과의 고장이다. 1994년 ‘청송사과’를 상표 등록해 지역의 대표 농산물로 관리해왔고, 청송사과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에서 13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과의 꽃가루(화분)를 비싼 값에 수입해오는데, 북한의 사과 농장에는 해외 사과 품종이 다수 확보돼 있고 값도 싸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사과를 재배할 땅을 찾아 북진(北進)할 필요도 있다.
전남 완도의 특산물은 톳이다. 재배가 까다로운 톳은 하루라도 바다의 수온이 25도를 넘으면 안 된다. 남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완도군은 톳을 길러낼 수 있는 시원한 북한 바다에 주목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은 대관령과 비슷한 북한 지역에 소를 보내 방목해 키우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북쪽에서 자연 방목해 키우면 훨씬 생산성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꽉 막힌 남북 관계 탓에 별다른 진전은 없지만, ‘협력 니즈’를 가진 지자체가 있다는 얘기다. 남교협 관계자는 “인구 소멸과 기후 변화, 미래 먹거리 부족 등 발전이 정체된 환경 속에서 자체적 필요에 따라 남북 교류에 기대를 거는 지자체가 많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한국은 동족도 아니”라는데…
김정은은 2024년 지방 발전 정책 ‘20x10(10년 내 20개 지역에 현대적 공장 건설)’을 내고 북한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방 도시 개발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가 증가 추세다. 북한지리지는 이런 북한 자료와 구글 어스 분석 등으로 꾸려졌다. 집필을 맡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북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를 대신 받는 일을 하기 때문에 북한 자료에 대한 접촉면이 넓은 편이다. 경문협 관계자는 “북한이 너무 낙후한 지방 실태를 감춰왔던 이유도 있지만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른다”며 “200개 북한 도시 전체를 다룰 수 있도록 계속 북한지리지를 발간할 것”이라고 했다.
특산품인 담뱃잎 모양으로 지어진 북한 성천군의 아파트. /북한지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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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지리지에 따르면, 서해안의 해주시는 우리와 비슷한 김 양식업을 하고 있고, 동해안의 단천시는 마그네사이트 등이 생산되는 ‘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조선시대 왕에게 담배를 진상했던 성천군에는 최근 담뱃잎 모양의 아파트가 세워졌다. 백석·김소월 시인은 정주에 있던 오산학교 출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20~21일 노동당 제9차대회 제8기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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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게 김씨 왕조의 뜻에 달린 북한 체제에서 ‘지방정부 간 자매결연 맺기’는 너무 낭만적인 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은 최근 “한국을 동족의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자본·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20X10 정책도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평가되는데 지방정부 간 협력은 실효성이 없다”며 “친여 성향 지자체가 나름대로 퍼주기 방식을 찾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실질적인 성과보다 예산 확보를 위한 ‘남북 협력’ 명분 쌓기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교수는 다만 “북한의 체제 붕괴 등 변고 가능성에 대비해서라도 지리와 산업, 문화 등을 미리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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