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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편집자 레터] 이란 여성에게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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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미·이스라엘-이란 전쟁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란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57)의 그래픽 노블 ‘페르세폴리스’(휴머니스트)를 읽었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이란 현대사의 소용돌이를 그려낸 책으로, 2000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2004년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하비상을 받았습니다.

    사트라피는 1969년 이란 라슈트에서 태어나 테헤란에서 자랐습니다. 프랑스계 학교에서 남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했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남학생들과도 떨어져서 수업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벌어지자 학교에선 여학생들에겐 전사들을 위한 방한모를 짜라고 하고, 남학생들에겐 전쟁에 나가 전사하면 먹을 게 넘쳐나고 여자도 많은 천국에 갈 수 있다며 ‘천국의 열쇠’를 나눠줍니다.

    딸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는 사트라피가 14세가 되자 오스트리아로 유학 보냈습니다. 향수병에 시달리던 그는 18세 때 귀국해 미대에 입학하지만 그간 이란은 여성에게 더욱 폭압적인 곳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옷을 입은 남성을 스케치하는 데도 “남자를 쳐다보는 것은 반윤리적”이라며 제지당하고,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공공장소에 함께 있으면 위원회에 끌려갑니다. 결국 사트라피는 다시 이란을 떠나 프랑스로 향하죠.

    사트라피가 처음 이란을 떠날 때 할머니가 건넨 조언이 그를 버티게 한 힘이자,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살다 보면 형편없는 인간을 많이 만나게 될 게다. 그들이 네게 상처를 주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렴. ‘내게 해코지하는 건 그들이 어리석어서’라고. 그래야 그 못된 짓들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단다. 세상에서 원한과 복수보다 나쁜 건 없거든…. 늘 품위를 잃지 말고, 네 스스로에게 정직하도록 해라.” 내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이란 여성들이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길 기도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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