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성을 둘로 나누지 않는다/모로하시 겐이치로 지음·김종현 옮김/192쪽·1만7800원·바다출판사
2024년 3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주최한 수영 대회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2m)에서 리아 토머스(22)가 금메달을 땄다. 토머스는 수술이 아닌 호르몬 치료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 여성부 출전을 인정받은 트랜스젠더. 남성이었다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여성 선수들에 대한 논란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지 않은 채 여성임을 선언한 선수의 금메달 획득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성별(性別)이란 과연 무엇일까.
30년이 넘게 생물의 성에 관해 연구를 해온 저자가 생물의 성은 암컷과 수컷이라는 우리의 통념을 시원하게 깼다. 자연 상태에서 생물의 성은 다양성이 기본이라는 것. 암컷과 수컷만 있는 게 아니라, 암컷과 수컷이라는 양 끝부터 그 사이 어느 지점에도 위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즈니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 역시 성전환을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 (흰동가리는) 집단 내에서 가장 몸집이 큰 물고기가 암컷이 되며 두 번째로 큰 개체가 수컷이 됩니다. 다른 개체는 암컷도 수컷도 아닌 상태입니다.”(2장 ‘성은 평생 동안 끊임없이 변한다’에서)
저자는 어떤 이유로 흰동가리 암컷이 죽으면 번식을 위해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한다고 말한다. 빈 수컷 자리는 암컷도 수컷도 아닌 상태에 있던 흰동가리 중 가장 큰 개체가 수컷으로 성을 전환해 채운다. 또 성전환은 아니지만 목도리도요새의 경우처럼, 전형적인 수컷과 암컷의 신체적 특징을 보이는 개체 외에 그 중간에 ‘암컷처럼 보이는 수컷’이 존재하는 생물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암컷처럼 보이는 수컷 목도리도요새’는 강해 보이는 수컷을 피하고 눈을 속여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고 한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인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성전환은 물론이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생물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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