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재의 K-조선 대전환/권효재 지음/288쪽·1만8000원·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 문제를 진단하면서 한국이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적이 있다. 개발도상국이 값싼 인건비와 낮은 규제 수준을 이용해서 산업화를 시도하면 저렴한 상품을 생산해 내면서 성장하는 것은 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중국이 있었다. 때마침 냉전이 끝나고 공산주의 국가와의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덕택에 한국은 성장하는 중국에 막대한 양의 기술 산업 생산품을 수출할 수 있었다. 1993년 이후 2022년까지 무려 30년 연속 중국에 대해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절정 무렵인 2006년에는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가 161억 달러 흑자였는데,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 액수는 무려 628억 달러를 넘었다. 그러니 무역수지로만 한정하면 지난 30년간 한국은 신나게 중국에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었기에 선진국이 됐다고 말해 볼 만할 정도다.
하지만 그사이 세상이 바뀌었다. 2023년을 기점으로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시대는 끝이 났다. 그 대신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경쟁 상대로 변했다. 심지어 중국은 최고의 과학 기술 선진국인 미국과도 인공지능, 우주기술 등 여러 영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니 여러 선진국으로부터 어떻게든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권효재의 K-조선 대전환’은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조선업의 현실과 그 기술의 흐름에 대해 다룬 책이다. 요즘 세상에 배를 만드는 산업은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20% 내외의 시장을 차지한 한국 기업이 그야말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이 책은 지난 세월 기술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과거 조선업 강자였던 유럽과 일본 업체들은 어떤 선택을 했기에 이런 상황이 됐는지를 정리해 준다. 설명이 쉬우면서도 업계의 내밀한 현실과 저자의 경험까지 짚어 나가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책이다.
책 후반부에는 조선업의 미래를 설명하면서 한국 조선 기업의 미국에 대한 기술 투자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이야 한국 조선업이 호황이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인건비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에 조선업은 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 곡절을 생각해 보면 이 책이 다루는 주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게다가 그렇게나 치열한 경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도 중국을 무조건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제는 중국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서 때로는 배우고 때로는 따라잡을 생각을 해야 하는 시대다. 과거 한국의 발전된 기술을 중국에 전해줬던 데만 익숙해진 나머지 중국이 앞서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배워 오기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때로 어색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계 선진국 중에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나라를 골라 보라고 하면 한국밖에는 답이 없지 않겠는가? 새로운 도전과 색다른 시각이 절실한 요즘 고민해볼 만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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