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송유관發 양국 갈등 고조…오르반 헝가리 총리 '총선용 무리수' 분석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헝가리가 돈세탁 혐의를 주장하며 현금과 금을 운반하던 우크라이나 은행 직원들을 억류하면서 러 송유관에서 시작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현금 약 4천만 달러(약 590억원)와 3천500만 유로(약 602억원), 금 9㎏을 운반하던 우크라이나 오슈차드 은행 직원 7명이 헝가리에 억류됐다.
이들은 2대의 차량에 현금과 금을 싣고 오스트리아에서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헝가리 당국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 정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는 무장한 대테러 요원들이 우크라이나 은행 직원들이 탄 차량 앞 유리에 총을 겨누고 직원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모습이 담겼다.
헝가리 세무당국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자금 세탁 혐의를 포착해 형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억류된 우크라이나인 중 정보기관의 전직 장성도 포함돼있다고 덧붙였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돈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헝가리 정부는 구금된 7명은 모두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헝가리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인을 인질로 잡고 돈을 훔친 것"이라며 "국가 테러"라고 비난했다.
오슈차드 은행 측은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뒤 외화와 은행 귀금속은 육로로 운송되고 있다"며 "국영은행 서비스 일환으로 매주 하고 있는 운송"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주재 헝가리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억류 직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 억류 사태로 러시아와 동유럽을 잇는 드루즈바 송유관에서 시작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2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드루즈바 송유관이 손상되면서 헝가리·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우크라이나를 약 1천500㎞ 경유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거듭된 공격 탓에 송유관 복구까지 기술적으로 한 달 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일부러 송유관을 복구하지 않고 있다며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을 걸고 있다.
EU는 지난 달 23일 헝가리 반대로 900억 유로의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과 대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오르반 총리가 드루즈바 송유관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이슈를 부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헝가리가 경제 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지지율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친유럽·중도주의 성향 야당에 밀리고 있어 16년 만에 정권을 내줄 처지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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