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왼쪽)이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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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전 세계인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어깨와 팔, 허리 등 온몸의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무대 위를 ‘사람처럼’ 활보한 것이죠.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이 차세대 로봇은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며 본격적인 ‘로봇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아틀라스에 관한 뉴스를 보신 분들은 이 단어에도 익숙하실 텐데요. 바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물리 인공지능(AI), ‘피지컬 AI’입니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함께 지금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AI가 운동 선수도 아닌데 웬 피지컬?’ 하는 의문을 품은 분들, 혹시 안 계신가요. AI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월드 모델, 액츄에이터 같은 외계어가 난무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다가오는 피지컬 AI 시대에 꼭 알아야 할 핵심 상식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피지컬 AI와 로봇
CES 2026에선 아틀라스 외에 다양한 로봇이 공개됐다. 사진은 LG가 선보이는 홈로봇 ‘클로이드’의 모습. 클로이드는 빨래 개기, 청소하기 등 가사를 수행한다. 최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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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피지컬 AI와 로봇의 뜻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개념이 함께 쓰이는 일이 잦다 보니 ‘피지컬 AI가 곧 로봇’이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인식 및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GPT나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이 언어(텍스트)를 기반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활동한다면 피지컬 AI는 화면 밖으로 나와 움직인다고 할 수 있어요.
피지컬 AI가 ‘두뇌’라면 로봇은 물리적 장치 즉 몸체입니다. 아틀라스는 그 자체로 피지컬 AI가 아니라, 인간과 유사한 몸체에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지능을 갖춘 로봇인 것입니다.
로봇이라고 전부 피지컬 AI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요즘 뷔페에 가면 ‘서빙 로봇’을 볼 수 있는데요. 식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나르는 이 로봇은 미리 입력된 경로를 그대로 움직이는 단순한 작업만 수행합니다. 테이블 위치나 식당 구조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오류가 나고 말죠.
피지컬 AI의 핵심은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습니다. 만약 서빙 로봇에 피지컬 AI가 탑재된다면 단순 운반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겁니다. 손님의 빈 잔을 채우거나 잘못된 주문을 바로잡는 식으로요. 다만 그렇게까지 (비싸고) 똑똑한 로봇이 필요없을 뿐이죠.
피지컬 AI가 세상을 보고, 듣고, 행동하려면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를 다양한 층위로 인식하려면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사람 몸이라 생각하면 쉽습니다. 우리는 눈과 코, 귀, 입, 피부라는 감각 기관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합니다. 피지컬 AI에겐 이것이 ‘센서’입니다. 카메라나 라이다(LiDAR), 촉각 센서 같은 것이 여기 해당합니다.
센서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 피지컬 AI는 ‘사과는 빨갛고 동그란 과일’이라는 텍스트로 배운 LLM과 달리 실제 사과의 모양과 향기 등을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집을 수도 있게 됩니다. (물론 요즘 LLM들은 대부분 텍스트 외 이미지·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인 멀티모달리티를 갖춰 사진만 보고도 사과임을 알 수 있지만요.)
이때 중요한 것이 액추에이터입니다. 액추에이터란 회전력을 만드는 모터와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드라이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등을 합친 장치로 로봇의 근육·관절 역할을 합니다. 두뇌가 센서로 외부 세계를 인식해 명령을 내려도 유려하게 움직이는 액추에이터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액추에이터는 피지컬 AI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가격이 높아 유망한 후방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월드 모델, 넌 누구냐
피지컬 AI 관련 기사의 단골 손님 중엔 ‘월드 모델’도 있습니다. 월드 모델은 현실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 마치 인간처럼 미래 상황을 예측하고 행동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AI 시스템을 가리킵니다. 로봇이 더 사람처럼 세상을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할 기술로 여겨집니다.
로봇이 컵을 집는 상황을 가정해볼까요. 월드 모델을 갖춘 로봇은 컵이 넘어지거나 테이블에서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잡는 위치나 속도를 계산합니다. 변수가 많은 현실 세계에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행동에 옮기기 전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거죠. 그래서 월드 모델을 인간의 ‘상상력’에 비유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입니다. 피지컬 AI 모델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 및 테스트가 필요한데, 코스모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AI 모델의 개발과 훈련을 간소화할 수 있다고 엔비디아는 설명합니다.
피지컬 AI 시대의 한국
피지컬 AI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한국의 경쟁력에 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이야말로 피지컬 AI의 적임자라고 말합니다. 값비싼 AI 칩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했던, 즉 ‘쩐의 전쟁’이었던 LLM 시대와 달리 피지컬 AI 시대엔 반도체 등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등에 두루 강점을 보유한 한국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피지컬 AI 1등 국가’ 비전을 공식 선포했습니다. 경제 발전의 유일한 돌파구가 AI, 그중에서도 피지컬 AI에 있다고 본 것이죠. 몸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온 AI가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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