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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한다. 대부분 걷고, 뛰는 유산소 운동 중심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며 오래 살고 싶다면 근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이는 최근 노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다.
미국 뉴욕 버펄로대학교(University at Buffalo) 연구진이 63~99세 여성 5472명을 약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근력이 강한 여성일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3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올 2월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근력이 수명 연장과 관련 있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24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약 1만 명의 남녀를 분석한 결과 악력(손아귀 힘)이 약한 사람일수록 조기 사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2016년 여러 연구를 종합한 리뷰 연구에서는 근력이 약할 경우 △인지 기능 저하 △이동 능력 감소 △일상 기능 저하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는 한 가지 과학적 한계가 있었다. 수명 증가 효과가 근력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신체 활동량과 유산소 체력이 높은 사람들의 특성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유산소 체력, 운동 습관, 건강 상태, 나이 등을 모두 고려해 분석함으로써 근력이 수명과 독립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마이클 라몬테 교수(역학·환경보건학)는 “근력이 더 오래 사는 데 핵심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며 “비슷한 조건에서 근력이 강한 사람은 조기 사망 위험이 3분의 1 이상 낮은 경향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 근력이 중요한 이유
건강한 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진 요인 중 하나는 근력이다.
근육은 단순히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근육은 △관절을 안정시키고 △균형을 유지하며 △질병이나 부상 후 회복을 돕는 ‘신체의 예비 에너지 저장고’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근육량은 30대부터 감소한다. 50세에서 80세 사이 남성의 대퇴사두근(무릎 바로 위 근육) 근섬유 수가 약 5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걷기 속도 감소 △계단 오르기 어려움 △낙상과 골절 위험 증가 △일상 활동 능력 저하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70세 이후에는 상당수 노인이 근감소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연구에서 근력은 어떻게 측정했나?
버펄로대 연구진은 두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근력을 평가했다.
악력 측정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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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력 검사
악력은 손으로 물건을 쥐는 힘을 측정하는 지표로 전신 근력과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근력 지표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서는 ‘다이너모미터’(dynamometer)라는 악력 측정기를 사용했다. 손잡이를 최대한 세게 쥐면 기기가 힘을 측정해 ㎏ 단위로 표시한다.
이번 연구에서 근력이 높은 여성의 평균 악력은 약 24㎏ 수준이었다. 이는 전 연령대의 여성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국제 근감소증 진단 기준에서는 △남성 27㎏ 미만 △여성 16㎏ 미만일 경우 근력 저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 의자에서 5번 일어나기 검사
하체 근력은 ‘5회 앉았다 일어나기 검사’로 측정했다. 의자에서 다섯 번 일어났다 앉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연구에서 하체 근력이 좋은 참가자들의 기록은 약 11초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12초 이하 → 정상
15초 이상 → 근력 저하 가능성
으로 평가된다.
●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근력 테스트
집에서도 간단하게 근력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봉 매달리기(dead hang)다.
철봉에 매달려 버틸 수 있는 시간으로 손과 팔, 어깨 근력을 대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운동 전문가들은 대략 다음 정도를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40세 미만: 약 1분 이상
40~50세: 약 30초 이상
60세 이상: 약 10초 이상
이 정도 버틸 수 있다면 근력이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본다.
● 헬스장 가지 않고 집에서 근력 키우는 방법
근력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력 운동(저항 운동)이다. 하지만 반드시 헬스장에서 무거운 중량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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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노화와 근감소증을 연구하는 운동과학자 크리스토퍼 허스트 박사에 따르면, 맨몸 또는 집에 있는 구조물이나 도구를 활용해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운동은 다음과 같다.
-스쿼트: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으로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한다. 근력이 약하다면 벽에 등을 대고 무릎을 약 90도로 굽혀 버티는 ‘벽 스쿼트’부터 시작해도 된다.
-스텝업: 계단이나 낮은 발판을 이용해 한 발씩 올라갔다 내려오는 운동이다.
-의자에서 일어나기: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았다 반동을 주지 않고 발로 바닥을 밀며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위와 같은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은 의자에서 일어나는 능력을 개선하고 걷기, 균형 유지,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 동작에 도움을 준다.
-팔굽혀펴기: 가슴과 팔 근육을 강화하며 벽을 이용한 ‘벽 푸시업’부터 시작할 수 있다.
-플랭크: 복부와 어깨, 팔 근육을 동시에 사용하며 코어 근육 단련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근력이 약하다면 ‘무릎 플랭크’, 바닥이 아닌 테이블이나 소파 등을 활용한 ‘인클라인 플랭크’가 체중 부담이 적어 적합하다.
이러한 상체 근력 운동은 장바구니 들기, 물건 들어 올리기, 올바른 자세 유지에 도움이 되며, 이는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꼭 필요한 기능이다.
근력 운동을 할 때 무거워야 운동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가벼운 무게로 반복 횟수를 늘려도 근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벼운 무게로 20~25회 반복하는 운동은 무거운 중량을 10회 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주 1~2회 근력 운동만으로도 의미 있는 근력 향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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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력 운동,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
근력 운동은 젊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80대와 90대에서도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노화를 위해 주 1~2회 근력 운동을 하되 다리·엉덩이·등·가슴·어깨·팔 등 주요 근육군을 자극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력 운동은 외모를 위한 운동이 아니다. 의자에서 혼자 일어나고, 울퉁불퉁한 길에서 균형을 잡고,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근력이다.
평소 운동을 하는 사람조차 근력 운동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근력 운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수준인 ‘주 2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하는 비율은 약 25% 수준에 그친다.
WHO는 주당 150~30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과 함께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서로 다른 생리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 두 가지 효과가 함께 작용할 때 더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성인 중 WHO의 유산소+근력 운동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비율은 약 17%에 불과하다.
라몬테 교수는 건강한 삶과 장수를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강화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조언은 단순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둘 다 하라.”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845052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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