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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봄맞이 ‘데스크테리어’ 키워드…덜어냄 & 나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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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울수록 차오른다

    경향신문

    ‘웜 미니멀리즘’은 원목과 패브릭, 곡선, 자연광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요소를 활용하고, 베이지, 샌디, 카키, 초콜릿 브라운 등 ‘우드·어스 톤’을 기준색으로 활용해 따뜻한 느낌을 준다. 29C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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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새 학기가 시작됐다. 하루 대부분이 흘러가는 이 작은 사각형 위에서 우리는 공부를 하고, 일하며 스스로를 증명한다. 취향을 또렷하게 드러내면서도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공간, 2026년 데스크테리어의 핵심은 ‘꾸밈’이 아니라 ‘설계’에 있다.

    덜어내되 차갑지 않게…자연을 품은 공간과 차분한 색채

    올봄 데스크테리어의 키워드는 ‘웜 미니멀리즘(Warm Minimalism)’이다. 덜어내되 차갑지 않게 설계하는 인테리어·라이프스타일 흐름이다. 기존 미니멀리즘이 화이트·그레이·메탈 중심의 절제된 질서를 강조했다면, 웜 미니멀리즘은 원목과 패브릭, 곡선, 자연광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요소를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각진 금속 프레임 대신 라운드 마감의 원목 상판이 선택되고, 무광 메탈 대신 패브릭 질감의 데스크 매트가 놓이는 식이다.

    기본 바탕 역시 한층 차분해졌다. 베이지, 샌디, 카키, 초콜릿 브라운 등 ‘우드·어스 톤’이 기준색으로 자리 잡고, 버건디·모스 그린·페트롤 블루 같은 깊이 있는 색이 ‘무드 컬러’로 제한적으로 더해진다. 여러 색을 병치하기보다 하나의 톤을 정한 뒤 소재와 질감으로 변주하는 방식이다. 색의 수는 줄었지만, 밀도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 기관 WGSN(Worth Global Style Network)이 2026년 컬러로 제시한 ‘트랜스포머티브 틸(Transformative Teal)’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다크 블루에 아쿠아 그린을 더한 이 색은 정서적 안정과 집중을 동시에 상징한다. 실제로 키보드 키캡이나 마우스패드, 데스크 조명 하단 등 시선이 머무는 지점에 포인트로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선도 물건도…덜 보이게

    경향신문

    오늘의집 ‘오또리하우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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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움의 미학은 기술과 결합하며 한층 정교해졌다. 이른바 ‘인비저블 테크(Invisible Tech)’다. 무선 충전 기능은 상판 아래에 매립되고, 케이블은 프레임 내부로 정리된다. 핵심은 ‘덜 두는 것’이 아니라 ‘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물건의 총량을 줄이기보다 시각적 소음을 낮춰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데스크선 정리’ 검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증가했고, ‘데스크서랍장’ 검색은 383.3% 늘었다. 장식 소품보다 배선 정리 용품과 수납 가구가 먼저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책상 꾸미기의 기준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초광폭 모니터 셋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49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모니터 암(지지대)으로 띄워 시야를 확장하고, 하단 공간은 비워둔다. 일부에서는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멀티태스킹이 일상인 디자인, 공학 전공자나 취업준비생에게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고사양 작업과 영상 편집, 코딩이 보편화된 환경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진화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색도 소재도 키캡도…키보드에 새긴 나만의 취향

    경향신문

    키보드는 단순한 입력 도구를 넘어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다. 29C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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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은 이제 정체성을 드러내는 플랫폼이 됐다. 글로벌 업계는 이를 ‘퍼스널 시그니처(Personal Signature)’ 전략이라 부른다. 무언가를 많이 올려두기보다 나를 설명하는 한 요소를 또렷하게 남기는 방식이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획일적인 ‘클린 데스크’보다 빈티지 조명이나 맞춤형 선반처럼 사용자의 취향과 이력이 묻어나는 셋업이 더 많은 공감을 얻는다.

    국내에서는 키보드다. Z세대는 65%·75% 배열의 콤팩트한 모델로 상판의 여백을 확보하고, 가스킷(완충) 구조를 적용해 타건 충격을 줄인 제품을 선호한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환경에서 입력 장치의 완성도가 곧 집중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선택이다. 해외 IT·디자인 매체들이 2026년 데스크 세팅 키워드로 ‘입력 경험의 최적화’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커스터마이징 문화가 겹친다. 사용자는 색을 고르고, 소재를 바꾸고, 키캡 하나까지 직접 조합한다. PBT나 레진, 투명 아크릴 같은 다양한 재질은 물론, 그러데이션이나 장인 제작의 장식용 ‘아티산 키캡’처럼 작은 예술 작품에 가까운 요소도 등장한다. 키보드는 단순한 입력 도구를 넘어 손끝으로 완성하는 취향의 표식이다.

    디지털 과잉 시대, 아날로그의 지속 가능성

    경향신문

    ‘d.d.haus’의 데스크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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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될수록 아날로그 물성은 또렷해진다. 일정은 클라우드에 저장하지만 중요한 날짜는 종이 플래너에 손으로 적는다. 화면 속 시계가 정확함을 보장해도, 탁상시계의 초침 소리는 시간을 체감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생성형 AI가 과제와 보고서를 빠르게 완성하는 시대에도 화면 앞 체류 시간은 줄지 않았다. 비교와 검토, 수정의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은 촉각과 물성을 통해 통제감을 회복하려 한다. 손으로 쓰고 넘기는 행위는 일종의 심리적 브레이크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장시간 책상 앞 체류가 일상화되면서 이를 개인의 리듬과 감각에 맞게 정비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장식보다 구조, 화려함보다 지속 가능성이 우선순위에 오른 셈이다.

    한주희 공간 디자이너는 “이번 학기 데스크테리어의 본질은 결국 회복과 정체성이다. ‘얼마나 깔끔한가’에서 ‘얼마나 나다운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로 기준이 이동했다”고 풀이했다. 또한 그는 “데스크테리어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주거문화 일부로 자리 잡았다”며 “책상은 사용자의 사고방식과 생활 태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 됐고, 몰입을 돕는 구조 중심 아이템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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