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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무심한 듯 힙하게! ‘복고’ 아닌 ‘상상 속 과거’ Z세대들은 말한다…와이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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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05년 애니콜 광고 속 이효리와 2026년 아디다스 화보 속 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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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이 아닌, 2026년.” 최근 열린 미국 뉴욕패션위크 분위기를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표현했다. 골반에 걸쳐 입는 로라이즈 데님, 엉덩이 부분에 화려한 로고가 새겨진 바지,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큼직한 체인 목걸이 등이 데님 브랜드 런웨이를 수놓았기 때문이다. 모델들의 워킹에 맞춰 2000년대 초반 팝송이 흘러나와 관객의 흥을 돋웠다. 20년 전이 떠오르는 패션 무대는 단순히 복고 감성 연출일까, 아니면 Y2K 스타일이 다시 전 세계 패션 대세가 됐다는 신호탄일까.

    Y2K 패션의 회귀 조짐은 3~4년 전부터 꾸준히 감지됐다. 국내에서는 K팝 스타들이 세기말 패션 아이템을 입으며 유행을 예고했고, 2022년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가 2000년대 초반 감성을 적극적으로 소환하며 복고 분위기를 환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특정 스타나 K팝 영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세대 전반의 소비 심리와 문화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버켄스탁 등 그 시절 브랜드 재부상
    여유의 시대 ‘대리 향수’로 안정감
    색감 절제·편안한 실루엣 등 ‘변주’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이주아씨(19)는 평소 통이 넓은 청바지에 쇼트 점퍼를 즐겨 입는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헤드셋은 필수 아이템이다. 그는 “이런 패션이 20여년 전 유행 스타일이라고 들었지만, 촌스럽다기보다는 ‘무심한 듯 힙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만 당시 유행하던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액세서리에는 거부감이 있다. 이씨는 “엄마 세대처럼 튀는 스타일은 부담스럽다”면서 “전체적인 스타일은 Y2K지만, 최대한 차분한 색과 편한 핏으로 입는 게 요즘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2000년대 유행했던 브랜드들이 뚜렷한 실적 반등을 보인다.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고, 코치를 보유한 패션기업 태피스트리는 최근 분기 순 매출이 13%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신규 구매자 220만명 가운데 35%가 Z세대로 나타났다. 과거 Y2K 유행을 주도했던 캐주얼 브랜드 홀리스터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모회사 아베크롬비앤피치에 따르면 홀리스터의 동일 매장 매출은 최근 분기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로고 청바지, 로라이즈 핏, 플리스 후드 등 2000년대 감성을 대표하던 아이템들이 Z세대 소비 유입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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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2K 시절을 연상케 하는 레이어드룩. 에잇세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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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Z세대의 Y2K 열풍을 ‘대리 향수’ 현상으로 해석한다. 이들이 동경하는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재구성된 ‘상상 속 과거’에 가깝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SNS가 나오기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 지금보다 경제적 호황으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 등이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심리적 위안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취업난과 경제 불확실성은 물론 인공지능(AI)이 가져올 급속한 변화 속에서 Z세대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과거 문화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으려 한다. 제나 드렌튼 로욜라 시카고대 교수는 “지금의 Y2K 열풍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상상 속에서 다시 구성한 문화”라며 “너무도 낯선 세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WP에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재유행을 단순히 20년 전 문화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패션 스타일 또한 20년 전과 비슷한 듯 다르다. 색감은 한층 절제되고 실루엣은 편안해지는 등 과장된 세기말 감성 대신 차분하고 현실적인 자기표현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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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사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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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패션업계는 Y2K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의 혼합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하나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각자 추구하는 이미지와 개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데 더 큰 관심을 둔다”면서 “Y2K, 미니멀, 스트리트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이 공존하며 개성에 맞게 패션을 연출하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트렌드”라고 말했다. Z세대에게 Y2K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시간을 가로지르며 자신만의 현재를 조합해나가는 방식인 셈이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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