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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류마티스의 100가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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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척추염, 통풍, 전신 홍반 루푸스, 베체트병, 쇼그렌증후군, 혈관염

    경향신문

    위부터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척추염, 통풍, 전신 홍반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증상


    ‘류마티스’라고 하면 중년 여성이 손가락이나 무릎 등에 생긴 류마티스 관절염 탓에 관절이 뻣뻣해지며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다. 물론 류마티스 관절염이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만 류마티스 질환이 포괄하는 병명은 100여가지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 관절과 연골뿐 아니라 뼈, 근육, 인대, 그리고 이를 둘러싼 혈관과 신경 등 인체의 근골격계 전반에 발생하므로 범위도 넓다. 이들 질환의 공통분모는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도리어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점이다.

    류마티스 질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질환은 가장 널리 알려진 류마티스 관절염 외에도 강직척추염, 통풍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전신 홍반 루푸스, 베체트병, 쇼그렌증후군, 혈관염 등도 아우른다. 이들 질환 중 상당수는 면역체계가 신체 조직을 비정상적으로 인식하는 발병 기전 때문에 염증이 관절에만 국한되지 않고 혈관을 거쳐 전신의 장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관절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는 국소적인 치료를 넘어 전신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접근법이 필수적이다.

    이들 질환은 면역체계의 이상과 대사 장애, 감염, 유전적 요인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해 발생하며, 발병 연령층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또한 매우 다양하다. 관절이 붓고 특히 아침 기상 후 뻣뻣해지는 조조강직 증상 외에도, 허리나 엉덩이 통증(강직척추염), 엄지발가락의 급격한 열감과 통증(통풍) 등 질환에 따라 증상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몸 지켜야 할 면역세포의 배반
    관절 넘어 혈관·신경까지 영향
    100여개 자가면역 질환 아울러

    관절 통증·부종 대칭으로 나타나
    방치했다간 관절·척추 변형까지
    호전돼도 자의적 투약 중단 금물

    그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노화에 따라 연골이 점차 닳으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과 비슷할 것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증상도 여러 면에서 구분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통증은 활동을 시작하면 관절의 뻣뻣함이 다소 풀리면서 호전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때 통증이 완화되는 퇴행성 질환과 차이를 보인다. 또 류마티스 질환은 작은 관절에서의 통증과 부종이 신체 양쪽 모두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최인아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관절 외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한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발진이나 구강 궤양, 안구 건조, 손발 저림 및 변색 같은 레이노 현상이 대표적”이라며 “이유 없는 미열이나 전신 피로감, 체중 감소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신체 곳곳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면 단순 몸살이 아닌 류마티스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마티스 질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중·노년 여성 비율이 높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2024년 24만6858명으로 2020년보다 3.3% 늘었다. 젊은 남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강직척추염 환자 수는 같은 기간 17.6% 증가해 2024년 5만6991명을 기록했으며, 통풍 환자 역시 18.2% 늘어나 55만3254명에 달했다.

    류마티스 질환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 없이 방치하면 관절과 척추가 변형돼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워지므로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통풍은 염증이 심한 관절 주변이 제 모습을 잃으며, 강직척추염은 엉덩이 쪽 천장관절과 여기에 연결된 척추 쪽이 아예 붙어버릴 위험도 있다.

    진단할 땐 단일 검사만으로는 여러 병을 정확하게 감별해 확진하기 어려우므로 신체검진, 혈액 및 영상의학 검사를 종합해 판정한다. 혈액검사로는 류마티스 인자(RF), 항CCP 항체, 염증 수치(ESR, CRP) 등을 확인하고,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선 뼈의 구조적 변형을 살핀다. 발병 초기에는 엑스레이만으로 골격계에 생긴 변화를 뚜렷하게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 관절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활막의 염증 정도와 함께 뼈가 깎여나가는 골미란 현상을 정밀하게 관찰한다.

    발병 초기부터 치료를 시작해 항류마티스제 약물로 염증을 빠르게 조절했다면 치료 예후도 좋고 어렵지 않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에 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적제제나 표적치료제 등 과거보다 발전한 치료제가 나오고 있어 통증 조절은 물론 관절 변형 예방 효과도 크게 향상됐다. 김세희 강동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경구 약제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한 치료가 시행되며, 항종양괴사인자제제, T세포 억제제, B세포 제거제, 인터루킨-6 억제제 등이 사용된다”며 “최근에는 경구 복용이 가능한 표적합성 항류마티스 약제인 JAK억제제까지 승인되면서 치료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치료제는 각각의 류마티스 질환 특성은 물론 원인과 침범 부위에 따라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적용된다. 통증을 줄이기 위한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부터 각 질환의 염증 유발 물질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치료제까지, 병이 진행된 단계와 환자 상태를 고려해 처방되므로 폐나 신장 등 주요 장기로 합병증이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최인아 교수는 “다만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고 해서 자의적으로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하거나 전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한 약물 복용과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염증 수치를 정상화하고 질병의 활성도를 낮춰 신체 기능을 더욱 잘 보존할 수 있다. 관절과 척추 주변이 붓거나 뻣뻣해지고 통증이 심할 때는 무리한 사용을 피하되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수준에서 가볍게 가동 범위를 넓히는 동작으로 해당 부위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김세희 교수는 “흡연은 염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며 “가벼운 스트레칭과 규칙적인 움직임은 관절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추운 날씨에는 관절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 써야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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