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할리우드 영화를 짜깁기한 42초짜리 전쟁 홍보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저작권 침해 의혹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는 조롱 댓글이 쏟아졌다.
백악관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미국식 정의”라는 문구와 함께 해당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컴퓨터 시스템을 가동하며 “일어나, 아빠가 왔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우니 주니어는 2024년 대선 기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공개 지지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어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와 ‘브레이브하트’의 멜 깁슨이 차례로 등장한다. 러셀 크로는 로마 황제의 폭정에 맞선 검투사 역을, 멜 깁슨은 잉글랜드 침략에 저항하는 스코틀랜드 자유 투사를 연기한 작품들이다. 두 배우는 각각 뉴질랜드와 호주 국적으로 미국인이 아니다.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가 조종간을 미는 장면에는 미군의 실제 타격 영상이 교차 편집돼, 마치 영화 속 인물이 이란 공격을 직접 수행하는 것처럼 연출됐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서 부패한 변호사 역을 맡은 밥 오덴커크는 “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라고 소리치고, 액션 시리즈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는 “드디어 내가 돌아온 것 같군”이라고 말한다. ‘브레이킹 배드’의 브라이언 크랜스턴도 “내가 바로 위험 그 자체”라고 외치는 장면이 삽입됐다. 크랜스턴은 과거 가디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낙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슈퍼맨, 데드풀 등 히어로 캐릭터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교차편집됐고, 일본 애니메이션 ‘유희왕’ 주인공까지 등장한다. 영상 말미에는 비디오 게임·영화 시리즈 ‘모탈 컴뱃’의 “완벽한 승리” 문구와 함께 ‘백악관’ 자막이 올라온다.
백악관이 해당 영상에 사용된 영화·드라마에 대해 저작권 사용 허가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바(ABBA), 비욘세 등 다수 아티스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자신들의 저작물을 홍보에 활용하는 데 이미 강력 항의한 바 있다.
반응은 싸늘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영상이 온라인에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조롱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10대들이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댓글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엑스에서는 “공습을 싸구려 비디오 게임처럼 다루는 건 충격적이다”, “역사상 어떤 정부도 이보다 굴욕적인 결과물을 낸 적 없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가디언은 이번 영상이 조롱과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소셜미디어 전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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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아 AX콘텐츠랩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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