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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여기가 학교인지 콜센터인지”…‘괴물 학부모’ 민원에 개학이 두려운 교사들 [일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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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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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인지 콜센터인지 모르겠어요.”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교무실 분위기가 평소보다 훨씬 긴장된다고 말했다. 학급 배정이나 자리 배치, 생활지도 문제 등을 두고 학부모 문의와 민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학 직후 학교 현장은 전화 응대만으로도 하루가 바쁘게 흘러간다.

    A씨는 “3월이 되면 학년부가 콜센터처럼 바뀐다”며 “학생이 직접 물어봐도 되는 일까지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때 트러블 있었던 학생과 다른 반을 시켜달라’, ‘반배치고사 점수를 알려달라’ 같은 문의가 이어진다”며 심지어는 “‘누구 옆자리에 앉혀 달라’, ‘급식을 같이 먹을 친구를 지정해 달라’는 부탁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학생 지도보다 학부모 대응이 더 어렵다고 느끼는 교사들도 많다”며 “작은 문제도 곧바로 학교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같은 민원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에서 먼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몬스터 페어런츠’는 일본 교육자 무코야마 요이치가 2007년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로, 그는 해당 학부모들을 “밤낮으로 교사를 몰아세우며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퍼붓는 부모”라고 설명했다.

    신학기 민원 부담…“행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안전사고 우려와 학부모 민원 부담 등으로 주요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중학교 교사 B씨는 “예전에는 학부모 수요 조사를 먼저 한 뒤 수학여행을 결정했지만 요즘은 교사들 의견을 먼저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찬데 수학여행까지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 고등학교 교사 C씨 역시 “관악·동작 지역에서는 학생 1인당 약 20만원의 수학여행 지원금이 나오지만 고물가로 여행 비용 자체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며 “안전 관리 부담과 학부모 민원 가능성 때문에 수학여행 대신 학급별 체험학습으로 바꾸는 학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 축소 흐름은 다른 학교 행사에서도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의 교사 D씨는 “예전에는 크게 열리던 체육대회도 격년제로 진행하거나 간단한 배드민턴 대회 등으로 대체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민원 부담을 체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수업 중 학생에게 벌점을 부여했는데 학부모가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언급하거나, 수업 시간에 학부모가 교실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행사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학식에 벚꽃 왜 안 폈죠”…상식 밖 요구 등장한 일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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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문제는 일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쟁이 돼 왔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학교나 교사에게 상식을 넘어선 요구를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학부모를 의미한다.

    민원 사례도 다양하다. 4월에 개학을 맞는 일본에서 일부 학부모는 “입학식 날 벚꽃이 피지 않았다”며 학교에 항의하거나 “급식이 맛없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이가 벌레에 물렸으니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현지 보도로 전해졌다.

    일본 교육 현장에서는 중학생이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잃자 부모가 “학교가 불법 도박의 위험성을 충분히 교육하지 않았다”며 손실 보전을 요구한 사례도 보고됐다. 학교 밖에서 발생한 학생 간 다툼까지 학교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악성 민원과 업무 부담은 일본 교직 사회 전반의 인력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학기 시작 시점 기준 전국 공립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서 필요한 교사보다 4317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조사 당시 부족 인원(2558명)의 약 1.7배 수준으로 교사 수급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교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대규모로 채용된 교사들이 정년 퇴직 시기를 맞은 가운데 신규 교사 지원자는 줄어든 반면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은 늘어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출산휴가나 병가로 인한 결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에서는 공립학교 교사가 장시간 노동과 학부모 민원 대응 부담 등으로 점차 기피 직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5학년도 공립학교 교사 채용 경쟁률은 2.9대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문부과학성은 출산·육아 휴직 대체 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과 근무 방식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교사 부족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몬스터 페어런츠’ 뒤에 있는 일본 사회 변화
    일본에서는 ‘몬스터 페어런츠’ 현상을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과 가족 구조 변화가 낳은 사회 현상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출산율 하락의 약 70%는 결혼 자체가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같은 연구소의 ‘2023 장래 인구추계’에서는 2005년생 일본 여성의 평생 무자녀율이 33.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학자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2040년 일본의 독신 인구가 4930만명에 이르는 ‘초(超)독신 사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아마노 카나코 수석 연구원은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자녀에게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부모일수록 진학·취업·연애까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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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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