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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새학기 대목인데 텅 빈 ‘문구·인쇄’ 시장...전통 시장도 희비교차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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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 특수에도 “월세도 못 벌어”

    광장시장조차 내수 시장은 텅 빈 모습

    전문가 “구조 개편 없인 양극화 고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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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학기가 시작된 이른바 ‘대목’이지만 상가 안 공기는 무겁죠. 관광객들이 호떡을 들고 줄 서 있는 먹거리 골목과는 달리 우리(문구 시장)는 죽을 맛입니다.”

    이달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문구점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토종 먹거리를 찾아 북적이는 남대문 시장 초입에서 조금 들어갔을 뿐인데 문구 골목은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상인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먹거리 골목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그 온기가 다른 모든 상권으로는 번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K-컬쳐가 인기를 끌며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 시장으로까지 몰리고 있지만 먹거리 등 관광 소비를 제외한 시장은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89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시장 전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 업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쇄·포장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며 새학기 많은 사람이 찾던 방산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날 찾은 방산시장은 입구에서부터 ‘임대문의’ 팻말이 붙은 상가가 장사를 하는 매장보다 더 많았다. 특히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텅 빈 상가들이 눈에 띄었다.

    방산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60대 조모 씨는 “요즘 외국인 때문에 광장시장이나 명동은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여기는 관광객이 오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40년 넘게 인쇄 일을 했다는 박모 씨도 “예전에는 책이나 전단지를 엄청 찍으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다 인터넷으로 하니까 수요가 없다”며 “아침 7시면 트럭이 줄지어 들어오던 전성기와는 달리 여기 골목은 오후에도 조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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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인파로 북적이는 광장시장조차 한 골목만 돌아서면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육회·빈대떡 등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치는 광장시장 초입과는 달리 안쪽 의류부자재 상가의 상인들은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멍하니 골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20년째 장사 중인 연백상회 상인은 “요즘은 소비자들이 필수품 아니면 안 산다”며 “원단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물건을 사 갔는데 그 가게들이 다 망하니까 우리도 같이 죽는 구조”라며 “하루 평균 매출이 10만 원인데 월세가 400만 원이라 돈을 써가면서 장사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콘텐츠형 공간 조성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은 이미 10년 넘게 업종 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먹자골목은 붐비는데 포목이나 부자재 상가는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공실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시장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양극화가 더 고착화할 수 있다”며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은 K-푸드 등을 중심으로 차별점을 두고 상층부 공실을 활용해 콘텐츠형 공간을 만드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2029년까지 방한 외국인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는 등 관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이 침체된 다른 시장으로까지 퍼질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강남마저 60% 공실? ‘상가 불패’ 신화가 처참하게 무너진 소름 돋는 이유”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신지민 견습기자 jim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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