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연일 급등, 100달러 위협
전쟁 장기화 때 고물가·저성장 고착
에너지 수급관리·금융안정 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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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발 고유가 충격이 갈수록 태산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일주일새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36%나 올랐다.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말 60달러 후반에서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폭등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가운데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의 감산 조치가 더해진 결과다. 전쟁 장기화 때 국제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경제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경기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고유가는 경제규모 대비 석유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까지 올라가면 성장률은 0.8%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전쟁 발발 전인데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개월째 2%대를 기록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연간 물가가 5%대로 치솟았다.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물가불안이 확산하면 내수가 얼어붙고 투자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에서는 벌써 비명이 터져 나온다. 철강과 자동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은 원유 가격 급등 탓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항공·해운·물류 부문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2% 성장이 물 건너가고 경상수지도 급속히 악화할 게 뻔하다.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야 할 때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이는 국내 2, 3일치 소비량에 불과하다. 원유와 천연가스 대체 공급처를 서둘러 확보하고 해상운임과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비용충격을 완충하는 공급망 안정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유가 상황에 맞춰 자가용 운용 자제 등 단계별 수요억제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이용권)나 유류세 환급 등 정교한 맞춤형 지원책도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이다. 자고 나면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00원까지 뚫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주식과 환율 같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외환보유액 확충과 통화스와프 확대와 같은 환율 안전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통화·재정 등 거시정책 운영도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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