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도움 안 되는 전쟁”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몸서리
트럼프, 장기전 원하지 않아도
전쟁과 역사엔 변수 너무 많아
미국인들만 이라크 전쟁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다음으로 이라크 전쟁에 가장 큰 규모의 군사 파병을 했던 영국에서도 반발이 컸다. 특히 인기 많은 노동당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세 번이나 총리직을 연임했지만 결국 이라크 전쟁으로 당 내부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2007년 사임했다.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라크 전쟁은 결국 영국판 ‘고립주의’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탄생 자체가 미군의 해외 개입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2000∼2020년대를 휩쓴 고립주의, 자국 중심주의, 엘리트 혐오주의를 불러오는 중요한 ‘방아쇠’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
미국이 다시 중동에서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이라크 전쟁을 극도로 싫어하는 마가의 정서를 발판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이란이 핵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엡스타인 파일 의혹을 덮기 위해’, ‘대법원 관세 판결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빨리 중동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등등의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이유가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 여러 이유가 복합적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작전 기간으로 처음 4∼5주를 말했다가 그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항복’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사실 긴 전쟁은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이라크 전쟁을 싫어하는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잘 알고 있고, 본인이 그 정서를 이용해 당선됐기 때문이다. 전쟁이 길어져 유가가 오르고 경제에 타격이 있을 경우 중간선거에서 고전할 것은 뻔하다. 벌써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마가 진영에서 공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초반부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주변 지도부를 표적 공격해 사살하는 방식으로 ‘속도전’을 편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일단은 항전을 다짐하고 있는 이란도 속내는 장기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 능력이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빨리 끝내고 싶어도 빨리 끝내지 못하는 경우’다. 전쟁과 역사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이라크 전쟁도 처음부터 길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언급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주였다. 하지만 바그다드 함락 이후에도 전직 군인과 무장세력의 공격 등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연이어 터지면서 미군은 8년이나 이라크에 머물러야 했다. 이건 아마 당시 정책결정자 중 누구도 원한 시나리오가 아닐 것이다.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정권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는 미국 여론의 약 70%가 전쟁을 지지했다고 한다. 이란 공습 개시 직후 진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이번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빠른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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