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출범 후 ‘성평등 입법’ 미미
‘비동의 강간죄’ 등 논의 진전 없어
의원들 ‘여성의날 메시지’도 극소수
지난 7일 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두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202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41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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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성평등 실현은 우리 공동체 전체의 도약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일터와 사회에서의 평등이 실질적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교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당이 검찰·사법·언론개혁 법안 처리에는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성평등 관련 입법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사회는 많은 진전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견고한 유리천장과 구조적 차별은 여성의 삶을 제약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임금격차와 낮은 대표성, 젠더폭력의 확산 등은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전수미 대변인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당헌·당규에 따른 확고한 여성 공천 실현은 물론,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 탄생과 ‘전국 여성 대표성 확대’라는 시대의 숭고한 요구에 행동하는 정치로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10개월째인 현재까지 민감한 성평등 입법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여당이 각종 개혁 법안은 목표 시점을 정해두고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에 반해 젠더 이슈와 관련한 법안 처리에는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형법상 낙태죄는 7년째 후속 입법 공백 상태다. 22대 국회 들어 임신중지와 관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5건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입법 공백이 길어지며 현장에서는 임신 36주에 임신중지를 했다가 살인죄로 기소된 산모가 유죄를 선고받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간죄 구성 요건을 상대의 동의 여부로 바꾸는 ‘비동의 강간죄’는 2023년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가 도입 방침을 밝혔다가 9시간 만에 입장을 철회한 후 국회 논의도 미진한 상황이다. 교제폭력 범죄 처벌과 관련된 법안들도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교제폭력 범죄를 별도의 법률로 처벌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교제폭력처벌법’ 제정안을 비롯해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가정폭력처벌특례법 개정안 등이 있다. ‘성평등 임금공시 5법’은 지난해 7월 발의됐으나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 젠더 관련 메시지 자체도 많지 않다. 이날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당 지도부에서는 최기상·이연희·한정애 의원 등이 페이스북에 축하 글을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다수가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성평등 관련 법안 추진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정책위원회에서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행사에서 “여성이라고 쓰고 있지만 그 여성이 나의 어머니일 수 있고 아내일 수 있고 여동생일 수 있지 않나”라며 “가족 같은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신장하는 데 우리 남성들이 앞장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지는 여성 공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지만 여성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측면도 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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