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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 한국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200원 가까이 치솟으며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상승 폭은 약 25원에 그치면서 두 나라의 기름값 움직임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가격 반영 방식과 정부 보조금, 세금 구조, 환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9일 낮 12시 기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울산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90원으로 지난달 28일(1667원)보다 223원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1693원에서 1901원으로 상승했다.
화물차 등에 주로 쓰이는 경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울산 지역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950원으로 전국 평균(1924원)을 약 30원 웃돌았다.
국제 유가 역시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시간 기준 이날 오전 7시 26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100달러를 돌파했다. WTI는 최고 119.4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도 100달러를 돌파한 뒤 최고 119.50달러를 찍기도 했다.
“올릴 때는 빛의 속도, 내릴 때는 거북이”…국내 유가 반영 구조
국내 유가 형성 과정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비대칭성’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싱가포르 현물 가격 변동을 국내 공급가에 즉각 반영하는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땐 재고 가치 상승과 기회비용 등을 이유로 가격을 빠르게 올리지만, 하락 시에는 고가에 매입한 재고 물량을 이유로 반영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릴 때는 빛의 속도, 내릴 때는 거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환율 역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심화할수록 수입 단가가 올라간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국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빠르게 커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월까지 연장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가격상한(캡) 제도 도입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상승 폭 25원…정부 보조금이 ‘완충 장치’
반면 일본의 기름값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일본 주유소 가격 비교 사이트 ‘고고지에스(gogo.gs)’에 따르면 9일 오후 1시 기준 일본 전국 휘발유(레귤러) 평균 가격은 L당 156.7엔(약 1474원), 경유는 144.3엔(약 1357원)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상승 폭은 약 2.7엔(약 25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한국의 인상 폭보다 9배 이상 작다.
일본의 가격 안정 배경으로는 정부의 ‘휘발유 보조금 제도’가 꼽힌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국제 유가 급등 시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연료 가격 완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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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여파로 수입 단가가 급등했음에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가격 상승 폭을 완충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세금 구조 역시 차이를 만든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돼 L당 약 7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본도 가솔린세·지방세·소비세 등이 붙지만 정부 보조금이 세금 부담 효과를 일부 상쇄하면서 가격 상승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다만 역대급 엔저(엔화 가치 하락)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조 엔 규모의 보조금 제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연료 보조금 정책의 재정 지속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각국은 ‘비축유 방출 카드’ 만지작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전략 비축유 방출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현재 일본은 약 150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 비축유 약 120일분에 민간이 보유한 원유 등을 합치면 총 206일분 수준으로, 물리적 공급 중단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은 마련돼 있는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인 심리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도 착수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급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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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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