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1980년대에는 유럽의 경제 강국이었습니다. 1990년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의 GDP는 스페인의 2배, 한국의 4배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위상이 갈수록 하락해 이제는 G7 중에서 경제적 역량이 가장 낮은 국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2008년 이후 이탈리아는 긴 암흑기에 빠졌습니다. 재정난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바람에 이탈리아 GDP는 작년에 이르러서야 2008년보다 더 커졌습니다. 즉, 2024년까지 무려 16년간 경제 규모가 2008년보다 작았을 정도로 혹독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로 이탈리아는 2020년 한국에 추월당했고, 지난해의 경우 3000달러 이상 한국보다 뒤처졌습니다. 일상에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으로 볼 때 이탈리아인들이 한국인보다 가난하게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이탈리아는 수제 명품으로 유명한 나라인데요. 관광, 의류, 농식품 가공, 가구, 안경테, 타일 등의 업종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이런 업종에서는 주문형 소량 생산이 많고, 거대 기업이 탄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세계 무대에 내놓을만큼 거대한 수출형 제조업체나 ICT 기업은 피아트가 해외로 매각된 이후에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
매출 기준으로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는 ‘포천 글로벌 500’에 이탈리아 기업은 1%인 불과 5곳만 들어 있어 G7 국가라고 하기가 무색합니다. 게다가 이들 5개사는 국영 전력회사, 보험사, 은행으로서 저개발 국가에도 있는 내수용 기간 사업체들일뿐입니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주문 제작이라 생산량이 연간 각 1만대를 조금 넘는 정도에 그치는 회사들입니다. 전세계를 무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이탈리아 대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탈리아는 소규모 기업들에 주로 의지합니다. ‘가족이 경영하는 동네의 조그만 사업체’가 이탈리아 기업의 전형입니다. 대기업 공채라는 게 사실상 없다시피 하고, 연줄이 없으면 취업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 실업난이 심각할뿐 아니라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손진석의 머니워치’ 영상에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하는 시대에 대기업이 부족하면 국가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초래하는지를 이탈리아를 통해 보여드립니다.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국가 시가총액으로 이탈리아가 한국·대만·스위스·스웨덴 등 인구가 더 적은 나라들에 비해 얼마나 낮은지도 보여드립니다. 충격적으로 낮은 이탈리아 기업당 평균 고용 인원도 알려드립니다. 이탈리아의 미국 주식과 채권 보유액이 한국에 비해 얼마나 적은지도 보여드립니다.
이탈리아 하면 ‘관광업으로 먹고 살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관광업이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사는 수단이 되기 어려운 이유도 설명합니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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