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설 연쇄 타격·피해 확산
이란 “美 공격으로 30곳 식수 끊겨”
석유저장소도 불길·유독물질 퍼져
학교·병원·호텔까지 공격 이어져
바레인 등 주변국 민간인 사상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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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이 미국이 이란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하자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바레인의 담수화 시설을 타격했다.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공격받은 이란의 석유시설 근처에서는 화학물질을 띤 산성비 위험이 커졌다. 혹독한 사막기후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수자원과 더불어 중동의 자금줄이자 생활 기반 시설인 에너지 시설이 집중 타격의 대상이 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전날 미국이 이란 케슘섬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튿날 바레인 내무부는 이란 드론이 자국 담수화 시설에 물적 피해를 입혔다며 “이란이 민간 목표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디오트아흐로노트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 보복을 위해 담수화 시설을 타격했다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만 UAE의 준입법기관 연방평의회(FNC) 국방·내무·외무위원장 알리 라시드 알누아이미는 X에 담수화 시설 공격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반격은 군사시설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인과 이란 정권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면서 “이란인은 정권의 진정한 희생자이며 그 정권의 정책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썼다.
담수화 시설은 주로 해수를 식수와 관개·산업용수로 전환하는 시설이다.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은 담수화 시설에 식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담수화 시설 공격은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이란 외무장관은 “이런 선례를 만든 것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 팀 호킨스 대령은 이번 공격이 미군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일부 중동 국가의 고위 정부 관리들은 국가 안녕에 있어 석유보다 담수화 시설을 더 중요하게 인식한다”고 평가했다. 오만 출신의 학자 압둘라 바부드 와세다대 석좌 교수는 “바레인 담수화 시설을 타격한 것은 중요한 한계선을 넘은 심각한 확전”이라며 “군사적 충돌이 민간인의 생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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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과 민간인을 위한 기반 시설을 훼손하는 행위는 국제 인도법을 위반하는 전쟁범죄다. 하지만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대립이 갈수록 극심해지면서 에너지 저장 시설과 호텔·병원·학교 등에 대한 무차별 타격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시설은 생활 기반 시설인 동시에 중동의 ‘돈줄’이라는 점에서 분쟁 초반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7일에는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 보급 기지인 샤흐런 석유저장소와 남부 정유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연료 저장 시설이 집중 공습을 받았다. 테헤란시 당국은 이란 IRNA통신에 “유독 물질이 대기와 구름에 대규모로 퍼지고 있다”며 “비가 내린다면 아주 위험한 강산성 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8일 테헤란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강산성의 검은색 기름비가 내린다는 글과 사진이 게시됐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X에 “석유 저장고 공격은 이란 민간인에 대해 고의적으로 화학전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란 역시 보복으로 인접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남동부 샤이바 유전으로 향하던 드론 2대를 요격해 파괴했다고 8일 발표했다.
나아가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자금줄인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미 악시오스가 7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북부에 있는 길이 8㎞의 작은 섬이지만 페르시아만의 해상 유전과 이란 본토의 유전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며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도 갖추고 있다. 하루 70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며 이란 원유 수출의 최대 90%를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이란·이라크 담당 미 국방부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루빈은 “미국이 하르그섬을 점령하면 이란 정권이 주민 통제를 위해 사용하는 주요 자금줄을 차단해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교나 병원도 무차별 공격을 받으면서 민간인 사상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이란 남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가 수업 중 미군의 폭격을 받아 175명이 숨졌다. 테헤란의 신생아 병동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바레인 보건부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3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길어지는 중동 전쟁 속 강대국들의 상황은?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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