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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1 (수)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 전장’ 대비 서두르는 韓…국방 AX 예산 1000억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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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좌우하는 AI]

    2026년 범부처 국방 관련 AI 예산 997억원

    여야, 국방AI 안전성 확보할 '국방인공지능법’ 발의

    국가AI전략위 국방 AX 박차…'민간 주도형' 모델 검토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앞으로 군에 입대한 병사는 모래바람 날리는 연병장뿐 아니라 메타버스 훈련장에서 AI 교관의 지시를 받으며 훈련하는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군 전력 고도화, 이른바 ‘국방 AX(AI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다. 예산 확대와 입법 추진, 민군 협력 모델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며 AI 기반 첨단 강군 전략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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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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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AI전략위원회의 ‘2026년 AI 재정사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범부처 국방 AX 관련 예산은 약 997억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방부 예산이 전체의 60.8%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다. 세부 사업별로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이 35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감시정찰, 정보분석, 군수지원 등 군이 필요로 하는 AI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실제 군에서 활용한 뒤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해 국내 AI 생태계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부처별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군기술협력(R&D)’에 189억7300만원, ‘첨단민군융합기술개발(R&D)’에 102억8700만원을 편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방 인공지능 핵심기술 개발(R&D)’에 29억2600만원을 투입해 국방 AI 기술 기반 확보에 나섰다. 국방 AX가 더 이상 개별 시범사업 수준이 아니라, 여러 부처가 함께 밀어붙이는 전략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국방 인공지능법 발의…안정성 확보 대상 범위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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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사단 열쇠부대 군 장병들이 2025년 12월 22일 경기 연천군 접경지역에서 시범 운용 중인 다족 보행 로봇과 함께 철책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는 제도 정비 논의도 시작됐다. 여야가 공동 발의한 ‘국방 인공지능 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7일 해당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의 군사 활용을 둘러싼 윤리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산업 생태계 조성과 함께 안전하고 책임 있는 국방 AI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에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방 AI 개발·운용 환경 조성 의무와 함께, 안전·신뢰성 확보를 위한 ‘국방인공지능 안전연구소’ 설치 내용이 담겼다. 자동화된 결정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경우 인적 개입을 보장하고, 모니터링과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법안 심사는 아직 본격화하지 못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보이콧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상정 논의가 미뤄진 상태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여야 간 큰 이견은 없는 만큼, 상임위 일정이 정상화되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남은 과제도 있다. 법안은 안전·신뢰성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위험관리 방안과 안전성 확보 대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해 뒀다. 결국 실제 제도 설계 과정에서 어디까지를 고위험 국방 AI로 보고 어떤 통제를 적용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인공지능 기본법은 국방 분야를 직접 다루지 않고 있고, 국방 영역은 별도 연구 체계가 맡도록 돼 있어 현재 연구소 차원의 공식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먼저 기술 제안…“팔란티어처럼 국방 AI·SW 함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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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사단 열쇠부대 군 장병들이 2025년 12월 22일 경기 연천군 접경지역에서 시범 운용 중인 다족 보행 로봇과 함께 철책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기 도입 방식도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 기업과 만나 국방 분야 AX 가속화 방안과 함께 ‘민간 주도형 AI 무기체계 소요창출’ 모델 도입을 논의했다. 지금까지는 군이 필요 소요를 정하고 기업이 이를 맞추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AI와 소프트웨어 중심 전장 환경에서는 이런 체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기존 무기 획득 체계는 도입까지 최대 10년이 걸리기도 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AI·방산 기업이 새로운 전투 개념과 무기체계를 먼저 제안하고, 군이 이를 채택하는 역방향 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승배 국가AI전략위 국방·안보분과장은 “군이 작전과 임무 수요를 설명하면, 기업이 기술적 관점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해법을 제안하는 모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팔란티어의 전방배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AI 기업이 실제 국방 현장에 들어와 시스템을 함께 분석하고 공동 개발하는 방식도 참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방 AX는 단순한 AI 도입이 아니라 군 운영 체계 전반을 바꾸는 구조 전환에 가깝다. 훈련은 AI 교관과 가상 훈련으로 확장되고, 전장에서는 감시·분석·군수지원의 자동화가 빨라지며, 무기 도입 방식도 기업이 먼저 기술과 개념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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