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254곳 돌며 ‘교명판’ 무더기 절도
구리 가격 사상 최고…금속 절도 잇따라
AI·전력 인프라 수요에 ‘붉은 금’ 몸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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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교량에 부착된 금속 표지판을 대량으로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긴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붉은 금’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범죄까지 낳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교량 254곳 돌며 교명판 850개 절도
11일 전남 장흥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전남과 전북 일대를 돌아다니며 교량 254곳에 설치된 ‘교명판’ 850여 개를 떼어낸 혐의를 받는다. 교명판은 교량 이름과 설계 하중 등 주요 정보가 적혀 있는 금속 표지판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공구를 이용하면 교명판을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에는 주변을 살피며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한 뒤 카메라 사각지대만 골라 표지판을 떼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훔친 교명판을 광주의 한 고물상에 판매해 약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교명판을 새로 제작하고 다시 설치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약 6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A씨에게서 교명판을 사들인 고물상 관계자 등 6명도 업무상 과실 장물취득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전봇대 전선 절도도…구리 노린 범죄 잇따라
구리 가격 상승을 노린 금속 절도 사건은 전남 지역에서도 발생했다.6일 전남 신안경찰서에 따르면 50대 남성 B씨는 상습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한 달 동안 신안·무안·해남 일대에서 전봇대 전선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총 42차례에 걸쳐 전선을 잘라내 약 6000만원 상당의 구리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보조 전선인 ‘중성선’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중성선은 절단되더라도 곧바로 정전이 발생하지 않아 범행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B씨는 과거 한국전력 협력업체에서 배전공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선을 절단해 내부 구리를 고물상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뒤 주변 CCTV와 차량 이동 경로를 추적해 B씨의 동선을 특정했다. 이후 범행을 마치고 이동하던 B씨를 붙잡아 긴급 체포했다.
다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현재 B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I 시대 필수 자원…구리 가격 고공행진
이처럼 구리를 노린 절도 사건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최근 금속 가격 급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구리는 전력 케이블과 전기차, 재생에너지 설비,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금속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약 1만4000달러(한화 약 2051만 원)수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전력망 확충과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가 구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풍력 설비 역시 대량의 구리를 사용하는 산업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 긴장으로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구리 제련 비용과 공급망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26년 미국 정제 구리 시장에서 약 33만톤 규모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전력 인프라와 인공지능 산업 확대가 이어지는 한 구리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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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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