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킬레스건 때린 이란]
비축유 카드 효과 반감 확인한 이란
걸프 해역 전역으로 공격 범위 넓혀
우호국 선박 호르무즈 통행은 허가
“에너지 마비 더 장기화” 우려 고조
美 안팎 “트럼프 유가 오판”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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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 32개국이 공동으로 전략 비축유 총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한 데 대해 “국제유가를 상당히 낮춰 미국과 세계에 대한 (이란의 공격) 위협을 종식시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우리(미국과 이스라엘)는 이미 이겼지만 임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기존보다 한층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가 12일 장중 다시 100달러를 찍으면서 비축유 방출 효과는 하루도 가지 못했다. 오히려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한 이란이 유가 진정에 허둥대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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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간 호르무즈해협 주변에만 공격을 펼쳐온 이란은 안쪽인 페르시아만을 포함해 바깥쪽인 아라비아해로 연결된 오만 앞바다까지 공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라크 항만 당국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에서 직선거리로 800㎞나 떨어진 이라크 바스라항에서 발생한 미확인 공격으로 이라크 연료유를 운반하던 외국 유조선 2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 밖에 있는 오만 살라라항의 대형 연료 저장 탱크도 이란제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났다. 이란 정예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오만 해안 인근에서 태국 국적 벌크선을 공격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과에 ‘선통보 우선’ 원칙을 내세우고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의 선박은 통행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해달라고 이란에 요구한 상황이다.
일부는 풀고 일부는 묶는 이란의 전략으로 원유·가스 수송 마비는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을 통하지 않는 대체 경로를 찾으려는 시도 또한 이란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이란군은 그간 주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외국 상선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는데 페르시아만 전역을 겨냥한 ‘해상 테러’로 위세를 키워 미국과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호위하겠다는 미국의 구상도 꼬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유조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란 해안을 광범위하게 통제해야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에는 (미 해군) 함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통제력을 걸프 해안 전체로 넓히려는 데는 미국의 호위를 막으려는 계산도 포함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호위 과정에서 이란 고속정이나 드론의 집단 공격 위험도 크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기뢰도 위험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의 물류 마비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해상 보험 지원 구상도 현실과 충돌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의 호위와 함께 모든 상선에 합리적인 가격의 정치적 위험 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해상 전쟁 보험의 특성상 현재는 높은 가격을 줘도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수송로를 좁히는 이란의 전략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입는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날마다 최대 16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공급 부족 규모가 최대 2000만 배럴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 상황이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면 유가는 147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IEA 비축유 방출 카드에 큰 기대를 건 트럼프 행정부가 ‘오판’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맥쿼리그룹은 “4억 배럴은 전 세계 하루 생산량 기준으로는 4일치에 불과하며 걸프 해역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 기준으로 16일치”라고 짚었다. 4억 배럴 역시 송유관, 하역 시설의 제한으로 실제 방출은 하루 300만~500만 배럴만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WSJ은 ‘탈레간 2’로 불리는 이란 파르친 군사기지 내 핵 시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시설 지붕을 덮고 있는 토양층에서 세 개의 구멍이 확인된다”며 “탈레간 2가 공격을 받아 내부 구조물이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간 2는 과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연관된 활동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이다. 2024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뒤 복구됐지만 이번 공격으로 다시 중대한 손상을 입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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