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
文정부 ‘유사시 작전범위 확대’ 근거로 아덴만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보내
당시 야당 “동의 다시 받아야” 주장… 민주-국힘 모두 “국익 중심” 신중
현행 헌법에 따르면 정부가 해외에 부대를 파병하기 위해선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헌법 60조 2항에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 파병 동의안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 의결 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파병이 최종 결정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면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국회를 통과한 청해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에 ‘유사시 작전 범위를 확대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만큼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아덴만에서 호르무즈로 확대하는 데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 2003년 이라크 파병안 국회 동의 과정에서 민주당 내 반대로 겪은 내홍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반면 당시 보수 야당은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명시된 파견 지역이 ‘아덴만 해역 일대’로 적시된 만큼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려면 국회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청해부대 파병을 결정한다면 같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정부에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항상 국익을 중심에 두고 나라의 이익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 입장이 정해지면 당에서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파병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국제적 긴장 상황에 자칫 우리나라가 파병을 통해 적극 참전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부담”이라며 “미국과의 충분한 의견 조율을 통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당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종오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전쟁을 대신 수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다. 우리 장병을 미국의 위험한 군사 행동에 동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견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정부 차원의 입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원내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자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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