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발견 후 멧돼지 포획 사냥개 사용 중단
부산서 포획된 멧돼지 수 급격히 줄어
개체수 감소가 아닌 포획 어려워진 탓
부산시 “사냥개 쓰게 해달라 정부 요청”
지난해 11월 부산 금정구 범어사 인근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나타나 인명피해를 입히고 사살된 멧돼지.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원래 사냥개가 산을 뛰면서 멧돼지를 몰아야 되는데, 지금은 제가 뛸 수밖에 없는 노릇이죠.”
부산·경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엽사 정재윤씨(42)는 2023년에만 약 400마리에 달하는 멧돼지를 잡은 베테랑 사냥꾼이다. 하지만 지난해 멧돼지 포획 건수는 175마리에 불과하다.
정씨는 “현장에 나갈 때는 사냥개 4~5마리를 끌고 가는데, 지금은 개를 아예 데려갈 수 없다”며 “열화상카메라 등 장비를 사용 중이지만 예전에 비해 멧돼지 포획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우려해 멧돼지 포획에 사냥개 활용을 금지하면서 부산을 중심으로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포획된 멧돼지 수는 2023년 803마리에서 2024년에는 273마리로 급감했다. 지난해 420마리로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2023년의 절반 수준이다.
포획량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포획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멧돼지 개체 수 감소가 원인이 아니다.
사냥개를 활용한 포획은 2023년 12월 부산 사상구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에서 ASF가 발견되면서 전면 금지된 상태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물거나, 상처를 입혔을 때 나오는 혈액을 통해 ASF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 감염된다. 치사율은 1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ASF가 발견된 지역에서의 사냥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ASF가 발견된 시점이 이미 상당 기간 지났기 때문에 정부에 제약을 풀어줄 것을 건의했지만 아직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산구청장·군수협의회가 ‘도심지 멧돼지 출몰에 따른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냥개 사용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포획을 통한 개체 수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주거지 인근의 멧돼지 출몰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금정구 구서체육공원에서 멧돼지가 출몰했고, 지난달 25일에는 부산진구 초읍동 대형 사찰인 삼광사 인근에서 멧돼지가 목격됐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금정구 범어사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120㎏에 달하는 멧돼지가 출몰해 80대 주민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정부도 당장의 해제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산은 멧돼지가 서식하기 좋은 산이 많은 데다 바로 옆에 인구가 밀집한 지리적 특성 탓에 멧돼지 출몰에 따른 위험성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산에서 멧돼지 60마리가 새끼를 데리고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정 씨는 “사냥개는 쓸 수 없고, 엽사들은 이제 대부분 고령층에 접어들었다”며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사냥도 할 수 없는데, 멧돼지 개체수를 어떻게 조절할 계획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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