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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태양광 모듈 7만 장을 10초마다 읽는다...커널로그, 데이터로 발전소 유지보수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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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교 시절 로봇 대회를 휩쓸던 공학도가 태양광 발전소 유지보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복성 커널로그 대표 얘기다.

    2016년 로봇 창업을 했던 그가 군 복무를 마치고 나왔을 때, 커널로그의 합류 제안을 받았다. 원천기술을 활용해 태양광 분야 진출을 기획하던 참이었다. 오 대표는 태양광 발전소가 센서를 빼고 통합관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로봇에는 센서가 엄청 많이 들어가요. 아무리 좋은 모터도 센서 없이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몰라 역할을 다하지 못 하거든요. 자율주행이나 스마트 팩토리 같은 혁신은 결국 센서와 제어 기술이 만든 거죠."

    그동안의 경험을 완전히 다른 도메인에 적용해 디지털 전환을 일으켜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 한 가지 믿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창업 초기 힘들었던 건 신뢰를 쌓는 일이었다. 태양광 발전소는 20년을 바라보고 운영하지만, 수명의 한 사이클을 채우기도 전에 문을 닫는 시공사나 기자재 공급사가 적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발전소를 끝까지 책임져줄 수 있는 인지도와 규모를 따질 수밖에 없다.

    레퍼런스가 없다 보니 첫 제품 출시 이후 6개월간 고객이 한 곳도 없었다. 발전량을 올려준다는 슬로건으로 영업했지만,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발전량을 높여주겠다는 말을 믿어주는 이가 없었다.

    전환점은 뜻밖의 상황에서 찾아 왔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질 무렵, 우연히 현장에서 만난 태양광 모듈 청소업체가 오 대표의 솔루션에 주목했다. 발전량을 올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운영관리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수 있는 도구라는 점을 알아본 것이다. 만난 당일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우리의 진짜 가치는 발전량 향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운영관리 성과를 데이터로 증명해주는 거라는 걸요. 이후 전략을 전면 전환했고, 그게 지금 커널로그를 만든 결정적 전환점이었죠."

    올해 솔라로그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리뉴얼했다. 모듈 관제장치를 활용한 정확하고 빈틈없는 관리 서비스다.

    내 발전소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인버터 단위 모니터링으로도 뭔가 이상하다는 정도는 안다. 하지만 원인 파악은 어렵다. 결국 현장에 가보거나 고가의 정밀진단을 의뢰해야 한다. 그런데 비용과 시간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잦다. 수익은 점점 악화된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태양광 모듈은 10장 이상이 하나의 세트로 묶여 있어, 한두 장에 음영이나 고장이 생기면 나머지 모듈 발전량까지 함께 끌어내린다. 연간 발전 저하가 1%만 높아져도 손실은 복리처럼 쌓여, 초기 기대 대비 사업성이 4% 이상 줄어든다.

    오 대표는 "커널로그의 접근은 단순하다. 모듈마다 데이터를 수집하면 낱개 단위로 관제가 가능하고, 데이터 해상도가 높으니 원인 추적이 쉬워진다"면서, "여기에 개별 모듈의 전압 제어 기능을 더해, 일부 모듈의 음영이나 고장이 나머지 모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분석 원리는 이렇다. 모듈에서 전압·전류·온도 정보를 수집하고 실제 물리적 배치에 맞춰 정렬한 뒤 시간·계절·환경에 따른 변화를 패턴화한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실제 데이터와 비교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이상 상황을 감지한다. 이런 패턴을 통해 음영·오염·고장·발전 편차를 분류하고, 상황과 비용에 맞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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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 한 대 띄우는 건 쉽지만 1,000대를 동시에 관제하는 건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예요. 한 현장에 모듈 3,000개를 10초 간격으로 수집하려면, 통신·수집 메커니즘부터 용량 최적화, 비용 효율적인 클라우드 운영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거든요."

    이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AI 연계까지 도달한 기업이 많지 않다. 글로벌 MLPE 시장을 이끄는 엔페이즈나 솔라엣지가 하드웨어 성능과 주택 시장에 집중하는 반면, 커널로그는 산업용 발전소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AI 기반 운영관리라는 차별화된 영역을 개척했다.

    현재 400개소 발전소에서 7만 장의 모듈을 10초 간격으로 데이터 수집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듈 단위로 이 규모의 데이터를 상시 수집하는 기업은 커널로그가 유일하다. 연간 약 500건의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조치되고 있으며, 모든 문제 상황이 발생 시점부터 해결 후 검증까지 데이터로 기록된다.

    대표적인 공공 고객사인 한국수자원공사와는 테스트베드 지원에서 시작해 실효성 검증, 전국 단위 확장까지 3년째 협력하고 있다. 운영 5년이 넘은 발전소에 솔루션을 도입한 결과, 7개소 기준으로 최소 7%에서 최대 23%까지 발전량을 개선시켰다.

    "기존에는 원인을 정확히 모르다 보니 큰 사업비를 들여 정밀진단을 별도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했어요. 저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커넥터·케이블 교체나 모듈 바이패스 같은 경정비 수준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었죠."

    솔직하게 말하면, 기대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았던 경험도 있다. 사업 초기 강원도 소재의 음영이 심한 현장에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무상으로 전환했다. 나중에 밝혀진 원인은 해당 현장의 인버터 특성과 모듈 간 결선이 음영에 취약하게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1년 뒤 결선 변경까지 추가로 진행한 이후에야 목표한 발전량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이 남긴 게 큽니다. 단순히 MLPE 기자재를 만들고 파는 걸 넘어, 모듈 종류, 인버터 메커니즘, 전기적 결선 방식, 이론적 특성까지 태양광 전반에 걸친 지식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결과적으로 매우 값진 수업료였습니다."

    2025년 베트남 빈즈엉성 산업단지에 시범 설치를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MLPE 기자재가 아직 생소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연간 10조 원 규모로 거래된다. 미국에서는 건물형 태양광에 래피드 셧다운 장치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태국·호주·브라질 등에서도 유사한 화재 안전 규정이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산업단지 중심으로 태양광이 확산되고 있어 시장 성격이 다르다. 중국산 기자재에 대한 품질 우려와 미국산 기자재에 대한 비용 부담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한국 기자재가 품질과 가격 사이의 좋은 포지셔닝을 잡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커널로그는 싱가포르의 글로벌 비즈니스 빌더인 킬사글로벌과 손잡았다. 커널로그는 기술과 정책 대응에 집중하고, 킬사글로벌이 현지화와 영업 확산을 담당한다. 이 구조로 현재까지 5개국에서 5건 이상의 MOU를 체결했다.

    현재 팀은 총 25명이다. 하드웨어 5명, 소프트웨어·AI 9명, 영업·마케팅 2명, 현장 매니저 7명, 경영지원 2명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전히 기술 중심 회사다.

    커널로그는 현재까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누적 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태양광 모듈 단위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기업이 국내에 사실상 없다는 점. 둘째, 하드웨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 AI 분석, 현장 운영관리까지 풀스택으로 보유한 구조라는 점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다. 모듈에 설치하는 MLPE 장치를 판매하는 것이 첫 접점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관제와 운영관리 서비스를 지속 제공한다.

    "하드웨어가 설치된 현장이 늘어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축적된 데이터가 AI 정확도를 높이며, 높아진 정확도가 다시 고객 신뢰와 새로운 레퍼런스로 이어지는 선순환입니다."

    3~5년 후 커널로그는, 발전소 운영자가 유지관리를 고민거리로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든 회사이기를 바란다. 태양광 발전소는 20년, 앞으로는 30년까지 운영되어야 하는 국가 인프라다. 그런데 지금의 운영관리 방식은 여전히 수작업과 경험에 의존한다.

    "만들고 싶은 에너지 생태계는 모든 발전소가 환경과 조건에 맞는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를 갖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스스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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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태양광 시장에서 바꾸고 싶은 관행은, 환경·기자재·연식이 모두 다른 발전소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커널로그가 수년간 모듈 단위 데이터를 쌓아온 이유가 바로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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