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자산가 잡아라’...증권사 패밀리오피스 전쟁]
가입 기준도 천차만별...투자 기회도 각 사마다 달라
자산 배분 넘어 비재무 영역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2·3세 인적 네트워킹,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 가속화
특히 최근 국내 금융자산 30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부의 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증권사별로 타깃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각기 다른 전문 서비스를 전진 배치하며 패밀리오피스 경쟁은 단순 외형 확대를 넘어 고객군별 맞춤 전략 경쟁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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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마다 가입 기준 달라…‘맞춤형 진입 장벽’ 세워
지난 2020년 서울 강남에 전용 센터를 열며 증권업계 패밀리오피스의 본격화를 이끈 삼성증권(016360)은 예탁 자산 300억원 이상, 투자 가능 자산 1000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멀티 패밀리오피스’ 모델을 구축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단순히 자산이 많은 개인 부자를 넘어, 하나의 기업급 자금력을 가진 가문을 파트너로 선별해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005940) 역시 지난해 8월 가입 기준을 기존 예탁 자산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고객 저변 확대보다는 초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의 밀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KB증권 또한 예탁 자산 300억원이라는 엄격한 문턱을 통해 선별된 가문들을 위한 철저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실질적인 가문 단위 관리에 집중하는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가문 예치 자산·금융자산 100억원을 기준으로 문턱을 설정해 더욱 폭넓은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을 포섭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006800)도 ‘더 세이지(The Sage)’ 브랜드를 중심으로 초고액자산가 대상 승계·신탁·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넓히며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 중이다.
공동 투자·해외 대체딜 제공하고 상속·증여 등도 지원
이러한 선별적 문턱을 넘어선 가문들에게 제공되는 투자 기회 또한 각 사의 성격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삼성증권은 증권사가 직접 투자하는 딜에 고객이 나란히 참여하는 ‘공동 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고객을 단순 투자자가 아닌 파트너급으로 대우하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의 사모 대체펀드나 국내 우량 비상장 기업의 프로젝트 딜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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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도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만큼 해외 부동산이나 글로벌 사모펀드 등 일반 창구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대체투자 상품을 선별해 제안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와 궤를 같이하거나 글로벌 수준의 자산 배분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투자 유인이 된다.
은행 계열 증권사들은 그룹 차원의 전사적 역량을 결집한 ‘통합 솔루션’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나증권은 그룹 차원의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정교한 자산배분 모델을, 신한투자증권은 세무·부동산부터 IB 솔루션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하는 전담 투자전략 조직 기반의 컨설팅을 제공하며 가문의 복합적인 고민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최근 투자 트렌드가 수익률 중심에서 ‘세후 수익률’과 ‘자산 방어’로 이동함에 따라, 채권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하나증권과 IB-WM 시너지를 강조하는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한-브라질 조세조약에 따른 비과세 혜택이 있는 브라질 국채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맞춤형 메자닌(CB·EB) 상품을 설계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기업 오너들의 최대 현안인 가업 승계와 자산관리 영역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특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초고액자산가 전담 조직인 ‘GWM(Global Wealth Management)’은 이름 그대로 국내를 넘어 미국 등 해외 현지 부동산 컨설팅부터 글로벌 세금 플래닝까지 아우르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 스티펄 파이낸셜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확보한 해외 대체투자 딜이나 비상장 주식 관리 등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가업 승계를 단순한 부의 이전을 넘어 글로벌 자산 배분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전문성이 오너들의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비금융 서비스도 진화…새로운 증권사들도 진입
비금융 서비스 경쟁도 단순한 의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팅’으로 진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사회공헌·기부 컨설팅, 유언대용신탁 등 가문의 유산을 관리하는 데 이어 가족법인 설립부터 운영까지 사후 관리를 지원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스카이박스 초대나 프로 골퍼와의 라운딩 등의 경험을 제공하며 고객과의 심리적 접점을 넓히고 있다.
가문의 영속성을 돕는 2·3세 교육 프로그램 역시 필수 요소다. 신한의 ‘넥서스 클럽’이나 하나의 ‘차세대 세미나’, NH의 ‘N2, 넥스트 리더스 포럼’ 등은 경제 교육을 넘어 비슷한 수준의 가문끼리 교류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며, 차세대 경영인이 관리 철학을 미리 체득하도록 지원한다.
전통의 강자들 외에도 새로운 주자들의 진입은 시장의 온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4년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PB)를 결합한 ‘PIB 센터’ 2곳을 출범해 리테일 법인 시장과 고액자산가 공략에 나섰으며, 회사가 엄선한 투자 기회를 자산가들에게 직접 연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대차증권(001500)은 법무법인과의 제휴를 통해 가업 승계 법률 자문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사 네트워크를 활용한 CEO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 오너에 특화된 IBK투자증권은 ‘IBKS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서비스 제공에 나섰고, 토스증권은 사용자 경험(UX) 강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패밀리오피스’를 제공하며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한 증권사 패밀리오피스 관계자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수백억원의 가입 기준을 기꺼이 수용하는 이유는 독점적 투자 기회뿐만 아니라, 내 자산이 다음 세대까지 안전하게 계승될 것이라는 신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가문의 장기적인 고민을 가장 정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파트너만이 이 치열한 전문화 경쟁에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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