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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좋으면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이, 사고가 터지면 책임 없는 고액 보수라는 질타가 쏟아진다.
하지만 논쟁은 늘 ‘얼마를 받느냐’는 액수 주변만 맴돌 뿐, ‘어떻게 받느냐’는 본질적인 구조를 비켜간다. 이제는 액수보다 보수의 질을 따져야 할 때다.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밸류업’이다. 주가를 제값으로 돌려놓고 주주환원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영진 보수 체계는 이러한 지향점과 괴리가 있다. 물론 지금도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나누어 주는 이연 지급 제도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현금 비급 비중이 높고 주식 보상의 조건 또한 단기 실적에 치우쳐 있다.
주주에게는 ‘장기 가치’를 말하면서 경영진은 ‘현금과 단기 지표’에 안주하는 구조라면 시장의 진정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금융지주 회장의 보수 체계를 ‘주주 일치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보수의 상당 부분을 현금이 아니라, 일정 기간 매각이 제한된 장기 지분 보상으로 대폭 전환하는 방안이다.
회장의 경제적 이익을 주가 및 기업 가치에 직접 묶어두면,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수렴된다. 밸류업을 구호가 아닌 ‘구조’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런 발상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KB금융은 과거 어윤대 전 회장 시절, 장기 성과급을 100% 스톡그랜트 방식으로 설계해 운영한 바 있다. 당시에도 연봉 전액은 아니었지만 성과보상의 상당 부분을 회사 가치와 연동하려 했던 시도는 국내 금융지주가 이미 보수와 지분을 결합해 본 경험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논의가 결코 뜬금없는 주장이 아닌 이유다.
왜 지분 보상의 비중을 압도적으로 높여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금융업은 충당금 설정이나 금리 환경에 따라 단기 장부상 이익이 착시를 일으키기 쉬운 업종이기 때문이다.
진짜 밸류업은 일시적인 숫자가 아니라 총주주수익률(TSR), 주가순자산비율(PBR), 내부통제의 건전성에서 나온다. 보수 체계 역시 이 장기적 지표들 위에서 다시 짜여야 한다.
지분 보상 강화는 반복되는 고연봉 논란을 잠재울 해법이기도 하다. 현재의 현금 중심 체계에서는 금융사고가 터져 기업 가치가 훼손되어도 이미 지급된 현금 보수는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주식 보상은 다르다. 내부통제 실패나 평판 저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경영진도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책임경영이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패널티’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밀한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주식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3년에서 5년 이상의 장기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특정 시점까지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예수 조건을 걸어야 한다. 또한, 대형 금융사고 발생 시 이미 부여된 보상까지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의 실효성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금융지주 회장의 고액 보수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책임에 걸맞은 보상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원칙이다.
다만 그 보상이 주주 가치 상승과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려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은 더 깊은 변화, 즉 경영진의 보상 구조가 주주의 이익과 운명을 같이하는 개혁을 원한다.
밸류업을 말뿐이 아니라 구조로 증명할 때다.
회장 보수의 패러다임을 장기 지분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 그 단순하지만 강력한 변화가 금융지주를 향한 고질적인 불신을 끝내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은행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성장이 이뤄진다면, 회장의 보수는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성공 경영의 훈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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