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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자사주)을 쌓아두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2026년 3월 6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 3차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 제도를 사실상 새롭게 설계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분명하다. 주식회사는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내에 소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자기주식을 회사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보유해 두는 전략적 자산이나 재무적 완충 장치로 보기 어려워졌다. 상법 개정안은 자기주식을 일단 취득해 쌓아두고 나중에 활용하는 자산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미발행주식으로 보아 소각하고 예외적으로만 보유 및 처분하도록 하였다.
이번 상법 개정은 자기주식에 대한 성격 자체를 변경하는 개정이다. 그동안 실무에서는 자기주식을 임직원 보상, 경영권 안정, 지배구조 조정, 향후 투자나 인수합병에 대비한 자산의 일종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상장회사뿐 아니라 성장 단계의 비상장회사와 스타트업도 자기주식을 장래의 인센티브 재원이나 구조조정 카드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정 이후에는 이런 접근이 어려워졌다. 보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면, 그동안 자기주식에 대해서 회사의 자산이나 미발행 주식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개정을 통해서 자기주식이 더 이상 자산이 아니라 미발행 주식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즉,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주식이 되었고, 보유를 계속하려면 분명한 법적 근거와 절차를 갖춰야 한다.
같은 취지에서 이번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의 권리 제한도 훨씬 더 명확하게 정리했다. 아래 상법 341조의3(자기주식의 권리제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회사가 자기주식에 대해 의결권, 신주인수권, 배당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나아가 자기주식을 교환 또는 상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 발행도 금지되고,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삼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자기주식이 형식적으로는 주식이라 하더라도, 회사가 그것을 일반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조문 차원에서 분명히 한 것이다.
| 상법 제341조의3(자기주식의 권리제한 등) ① 회사는 자기주식에 관하여 제369조의 의결권, 제418조의 신주인수권, 제461조제2항에 따른 주식을 발행받을 권리, 제462조 및 제462조의2부터 제462조의4까지에 따른 배당을 받을 권리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② 회사는 제469조에도 불구하고 자기주식으로 교환 또는 상환할 수 있는 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③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 ④ 회사는 발행주식총수의 20분의 1을 초과하여 자기의 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받지 못한다. 다만, 제341조의2제1호 및 제2호의 경우에는 그 한도를 초과하여 질권의 목적으로 받을 수 있다. |
물론 이번 개정 상법이 모든 자기주식을 무조건 소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는 있으며 상법 제341조의4(자기주식의 소각의무 등)에서 자세하게 정하고 있다. 즉, ① 각 주주에게 지분 비율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②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 임직원 보상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 ③ 우리사주제도 운영을 위한 경우, ④ 포괄적 주식교환 등 법령이 예정한 조직 재편 목적이 있는 경우, ⑤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회사가 계속하여 자기주식을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 상법 제341조의4(자기주식의 소각의무 등) ①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때에는 그 취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회사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 승인된 계획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 1. 회사가 각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하여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2. 회사가 제340조의2 또는 제542조의3에 따라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임직원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3. 회사가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라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우리사주제도 실시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4. 회사가 제360조의2제2항, 제360조의15제2항, 제523조제3호 등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활용하는 경우 5. 회사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제434조에 따른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관에 그 사유를 규정한 경우 ③ (생략) ④ (생략) |
회사가 자기주식을 예외적으로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것도 한 번 승인받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다. 그 계획은 매년 다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자기주식 보유가 회사와 주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설계이다. 결국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문제는 더 이상 재무팀이나 법무팀의 사후적인 설명으로 정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주주총회 차원에서 책임 있게 관리되어야 하는 지배구조 쟁점이 되었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역시 형식적인 내부 문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상법 제341조의4(자기주식의 소각의무 등) 제4항에서 자세하게 정하고 있는데, ① 자기주식의 보유 또는 처분 목적, ② 보유 또는 처분 대상이 되는 자기주식의 종류와 수, 취득방법, ③ 보유 개시시점 및 예정된 처분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자기주식의 종류와 수, 취득방법, 발행주식총수에서 자기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의 종류와 수, 발행주식총수 대비 자기주식 비율의 변화, ④ 예정된 보유 기간, ⑤ 예정된 처분 시기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고 이 문서에 이사 전원이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한다.
또한, 이번 개정 상법 시행 전에 취득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도 경과조치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소각하거나 예외적인 보유 및 처분을 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계획과 주주총회 승인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앞으로 취득하는 자기주식만 관리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취득한 자기주식, 신탁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자기주식, 보상 재원으로 생각하고 묵혀둔 자기주식까지 모두 다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기존 직접취득 자기주식은 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내에 소각해야 하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유예기간이 있다고 안심하기보다 지금부터 정리 일정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상장회사의 경우 자기주식을 주주총회 승인 없이 법정 기한 내에 소각하지 않거나 승인된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과 다르게 운용할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신탁계약 방식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형식만 달리했다고 해서 규제를 피할 수는 없다.
M&A나 기재구조 개편 등을 준비하는 회사라면 이번 개정 상법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개정 상법은 합병, 분할, 분할합병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활용해 신주를 배정하거나 특정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을 명확하게 제한했다. 이는 자기주식이 지배구조 재편의 우회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법 의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투자자나 인수인이 회사를 검토할 때는 단순히 발행주식 수와 주요 주주 현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규모, 취득 경위, 보유 근거, 소각 일정, 예외 보유 승인 여부까지 함께 확인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까? 첫째, 현재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목적에서 취득했는지부터 정리해야 한다. 둘째, 그 자기주식을 원칙대로 소각할 것인지, 아니면 예외적으로 보유 및 처분할 것인지 방침을 정해야 한다. 셋째, 예외적인 보유 및 처분이 필요하다면 상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과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넷째, 정관과 이사회 규정, 임직원 보상 관련 규정, 주주간계약, 투자계약 등 기존 문서 체계와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다섯째, 향후 투자나 M&A, 지배구조 개편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자기주식 관련 리스크가 거래 과정에서 문제 되지 않도록 미리 정비해 두어야 한다.
[graybox]자료 문의
안희철 대표변호사 010-9135-4773 / heechul.an@dlg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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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DLG 대표 변호사 hca@dlight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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