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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석유시설 공습 뒤 ‘검은 비’…독성 화학물질 섞여 건강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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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이란 테헤란 상공을 뒤덮은 검은 연기, 소셜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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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습으로 대기 중에 방출된 유독성 연기가 ‘검은 비(black rain)’ 형태로 지상으로 떨어지는 일이 지난주 있었다. 국제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검은 비에 노출된 시민들에게 심각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7∼8일 밤 테헤란과 인근 알보르즈주의 유류 저장시설과 정유시설을 타격했다. 이때 발생한 검은 연기가 대기 중 수분과 결합해 검은 비가 내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유류 시설 타격으로 독성 탄화수소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 퍼졌다. 지난주 검은 비를 맞은 테헤란 주민들은 눈이 따갑고 호흡이 어려워지는 증상을 호소했다.

    대기 오염 영향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이 보복으로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들의 석유 및 천연가스 시설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피해 시설에서 검은 연기 기둥이 관측됐다.

    비는 대기 중에 퍼진 유해 화학물질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씻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검은 비에 노출된 사람들은 단기적·장기적 건강 위험에 놓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검은 비란 무엇인가?
    검은 비는 그을음, 재, 독성 화학물질이 대기 중 물방울과 결합한 뒤 비가 내릴 때 지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AP통신이 15일(현지 시각)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검은 비는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에도 관찰된 현상이다. 대형 화재나 폭발로 발생한 그을음과 독성 물질이 대기 중 수분과 결합해 비와 함께 지상으로 떨어질 때 나타난다. 이번처럼 폭격으로 인한 정유 공장이나 유전 화재뿐 아니라 산불, 화산 폭발, 산업 오염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이란 사례에서는 연료유 속 탄화수소가 불완전 연소되면서 미세한 그을음 입자가 생성됐다.
    동아일보

    이란 테헤란에 내린 검은 비로 차량에 검은 얼룩이 선명하다. 소셜미디어 캡처.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의 토목·환경공학과 피터 애덤스 교수는 “기름이 탈 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라는 화합물이 생성되며, 이와 함께 이산화황(SO₂)과 질소산화물(NOx) 같은 독성 가스도 발생하며, 이러한 가스는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AP통신에 설명했다.

    건강에는 어떤 위협이 되나?
    유류 화재 시 발생하는 미세한 그을음 입자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40분의 1 정도 크기로,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일부는 혈류를 타고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입자는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PAHs에 노출되면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는 2020년 PAHs를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지난주 테헤란에 내린 검은 비는 산성이 강해 피부 자극이나 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이란 당국이 경고한 바 있다.

    검은 비에 포함된 중금속이 식수 저장시설이나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 중 하나다.

    피격된 유류 시설의 화재가 진압된다면 대부분의 그을음과 화학물질은 바람에 흩어지거나 비에 씻겨 약 3~7일 안에 대기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양측의 공방이 더욱 격화돼, 석유 시설을 마구잡이로 직접 타격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 위험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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