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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마감 1시간 거래 60%…삼성·하이닉스 흔든 ‘홍콩 2배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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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한국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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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전쟁 이후 한국 증시가 급락과 급반등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두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한국 증시에 새로운 변동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만에 16% 급락했을 당시 장 마감 직전 한 시간 동안 발생한 거래의 최대 60%가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 물량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거래일에도 이 같은 리밸런싱 매매가 전체 거래량의 약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UBS 트레이딩 데스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ETF 관련 매매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왜 ‘마감 1시간’인가…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 구조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의 2배를 맞추기 위해 매일 투자 비중을 재조정하는 ‘데일리 리밸런싱’ 구조를 갖는다. 주가가 하락한 날에는 목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장 마감 직전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 하락 압력이 더 커지는 ‘변동성 증폭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ETF가 추가 매도를 해야 하고, 이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피드백 루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삼성·하이닉스 쏠림 구조…지수 흔드는 두 종목

    이 같은 영향력이 커지는 배경에는 한국 증시의 종목 쏠림 구조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지수의 약 40%, MSCI 한국지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두 종목의 주가 변동이 지수 전체 움직임을 좌우하는 구조다.

    피보나치자산운용 글로벌의 정인윤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증시에 구조적인 변동성 요인이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선 금지된 ‘2배 ETF’…투자자들은 홍콩으로

    문제의 레버리지 ETF는 대부분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를 금지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규제가 없는 홍콩 시장을 통해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에 상장된 CSOP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와 CSOP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은 약 33억 달러(약 4조9000억 원) 규모다. 두 상품은 중국 자산운용사 CSOP가 운용하는 ETF 가운데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품에 속한다.

    레버리지 ETF 투자 수요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와 함께 빠르게 늘어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초까지 글로벌 레버리지 ETF로 유입된 자금은 약 44억 달러로 사상 최대 분기 유입이 예상된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에는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지난해 약 140% 상승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차입 투자에 나섰고, 이후 주가 하락 과정에서 마진콜이 발생하며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상장 3배 레버리지 ETF ‘KORU’에는 약 5억20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레버리지 ETF 거래의 핵심 투자자로 꼽히며 해외 ETF 투자 자금 상당 부분이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소재 투자회사 아몬트파트너스의 롭 리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증시는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시장”이라며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하면 변동성이 더 크게 확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금융당국은 최근 업계와 회의를 열고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 여부를 검토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상품이 국내에서도 허용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홍콩 레버리지 ETF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경우 장 마감 직전 ‘리밸런싱 매도’가 반복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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