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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중동 리스크]고유가에 30년만 '가격 통제'…우려되는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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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기름값 일단 진정세
    이란 원유 90% 통로…하르그섬 타격 변수 '유가 긴장'
    시장 개입 논란도…"장기화 땐 가격 신호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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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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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발 고유가 충격에 정부가 30년 만에 가격 통제 카드를 꺼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기름값은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전쟁 장기화와 원유 공급 불안이 겹치며 시장 긴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에너지 리스크가 실물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름값 폭주에 정부 '급제동'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기름값 상승 억제에 나섰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이달 10일 리터(L)당 1906.95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만 해도 1600원대였던 가격이 단기간에 200원 가까이 뛰었다. 민생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 상한을 정하고 그 차액을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의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근거한 비상 조치다. 30년만에 다시 꺼낸 가격 통제 카드로, 고유가 충격을 억제하기 위한 '비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시행 이후 기름값은 일단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동 사태로 급등했던 휘발유 가격은 13일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다. 14일에는 18.8원 급락했고 15일에는 3.2원, 16일에는 5원 안팎 추가 하락하며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역시 같은 기간 24.8원 급락한 뒤 하락 흐름을 이어가며 한때 나타났던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해소됐다.

    다만 하락 폭은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14일 큰 폭으로 떨어진 이후 낙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123.5달러로 일주일 만에 34.6달러 상승했다.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시차가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국내 기름값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유업계 역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생활 필수재인 석유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정유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반복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기름값 급등 과정에서 정유사 간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정유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급등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시장의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를 향한 비판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가격 상한이 정해지면서 기름값 급등의 책임이 정유사에서 주유소 판매 단계로 일부 이동하기 때문이다.

    가격 통제 딜레마…손실 보전·시장 왜곡 논란

    다만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산은 사후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유사가 자체적으로 손실액을 산정한 뒤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산을 요청하면, 회계·법률·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정산위원회가 이를 검증하는 구조다. 분기별 정산 원칙도 적용된다.

    이에 실제 손실보다 보전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산 절차가 복잡하고 입증 책임도 정유사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 국내 공급가격과의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정유사가 일정 기간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일각선 시장 개입 정책이 장기적으로 시장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나 추경 등 정책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가격 통제가 장기화되면 시장 가격 신호를 왜곡할 수 있고 정유사의 투자나 공급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물가 안정 정책과 시장 기능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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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2기 중동전 4단계 예상 시나리오../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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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기업의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공습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인근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 인프라는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히며 시장 충격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추가 공격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통과하는 전략 거점으로 사실상 이란 에너지 공급망의 '목줄'로 불린다. 이 섬이 파괴될 경우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원유 공급이 단숨에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석유화학 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충격이 곧바로 원료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전쟁 변수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내에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불가항력' 선언이 잇따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불가항력은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하거나 유예받는 조치다.

    실제 여천NCC는 원료 수급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사실상 공급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도 일부 제품에 대해 향후 불가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사에 알렸다.

    김 교수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원료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정유·석유화학 산업뿐 아니라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원료 조달 다변화와 재고 관리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정부 역시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책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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