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조재권 기자]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직무가 정지된 뒤 대한민국 경찰 수뇌부의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이어 지난 2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조사 결과로 지역 경찰청장과 핵심 간부들이 잇따라 직위해제·대기발령 되면서 중앙에서 시작된 지휘부 공백이 지역 경찰 조직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 충북경찰청은 이종원 청장의 청와대 국민안전비서관 내정 이임에 이어 부장급 간부들의 직위해제와 계장급 간부 음주운전 비위까지 겹치며 지휘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통상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마무리돼야 할 도내 경찰서 상반기 정기 인사도 3월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매듭지었다.
일선 지휘관 배치가 늦어지면서 수사와 치안 현장의 업무 피로도 역시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뇌부 공백으로 지휘 체계가 느슨해진 사이 경찰 내부의 행정망도 구멍이 뚫리며 체면을 구겼다.
충북경찰청은 올해 초 정기 승진시험에서 점수 집계 오류로 합격권 응시자를 불합격 처리했다가 뒤늦게 구제하는 촌극을 빚었다.
당사자가 답안 열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힐 뻔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행정 관리 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단속 주체인 경찰 간부들의 잇따른 일탈 행위가 도민들의 공분을 사며 법 집행 기관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충북청 핵심 간부가 만취 상태로 출근길에 차량을 몰다 주차된 차량 6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옥천에서 충북청 소속 간부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내부 조직 문화 문제까지 불거졌다.
도내 한 경찰서에서 공직 구태 문화인 '상사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신고와 내부 갑질의혹으로 경찰청이 특별감찰에 착수하며 간부들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어수선한 경찰 내부 분위기를 틈타 민생을 위협하는 흉악 범죄마저 잇따라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일 옥천군에서는 금전 문제로 다투던 지인을 살해하고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또 지난 9일 진천군에서는 백주대낮에 흉기를 든 괴한 3명이 주택에 침입해 일가족을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는 강도 사건이 발생해 나흘 만에 검거되는 등 도민들의 체감 치안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검찰청은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고 검찰의 보완 수사권마저 정치권의 알력 다툼 속에 폐지될 위기를 겪는 와중에, 경찰은 막대한 수사권과 부활한 정보경찰을 바탕으로 이른바 '공룡경찰'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기강 해이는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는 중대한 문제다.
경찰이 맡고 있는 현장의 고단함과 책임의 무게를 모르는 바 아니다.
밤낮없이 사건과 사고를 마주하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뛰는 일선 경찰관들의 노고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혼란 속에서도 더욱 단단한 책임감과 조직 기강으로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조재권 사회부 충북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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