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가려진 제조업 불황] <2> K배터리 점유율 추락
포드 등 업체들 합종연횡서 줄이탈
생산량 느는데 전기차 판매 역성장
韓 글로벌 점유율 12%로 감소 속
저가 앞세운 中 73%로 격차 확대
ESS 전환 내년은 돼야 수익 강화
보릿고개 넘을 보조금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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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3사의 가동률이 끝없이 추락하고 조 단위의 적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K배터리가 핵심 시장으로 삼았던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산업 판도가 180도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정적인 고객사 확보와 북미 시장 선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펼친 ‘합종연횡’ 전략에서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고정비와 가동률 부담을 혼자 떠안게 된 양상이다.
1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달부터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의 넥스트스타에너지를 단독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SK온 역시 포드와 2021년 세운 블루오벌SK를 분할하기로 지난해 12월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테네시주 공장을 단독으로 경영하기로 했다. 2021년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타플러스에너지를 합작 설립한 삼성SDI(006400)도 스텔란티스가 철수를 검토하면서 나머지 지분 49%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생산 설비는 큰 폭으로 확충된 반면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량이 계속 역성장하며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생산능력은 제품가 기준 2024년 47조 7121억 원에서 지난해 51조 4743억 원으로 7.9% 증가했다. SK온도 같은 기간 81.5기가와트시(GWh)에서 94.6GWh로 크게 늘었다. 배터리 3사가 투자한 해외 거점의 가동이 확대되는 향후 2~3년 동안 최대 생산능력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 준공한 해외 공장들이 본격적으로 라인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최대 생산능력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K배터리 3사가 전략적으로 진출한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후진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전기차 인도량은 173만 6000대로 2024년(182만 8000대)에 비해 5.0% 감소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지난해 1월보다 30.2%나 줄어든 8600대만 인도돼 연초부터 수요절벽을 마주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자 소비자의 선호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옮겨간 결과다.
K배터리의 북미 집중 전략이 실패하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는 더욱 확대됐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전 세계 점유율은 1년 전보다 3.3%포인트 하락한 15.4%였는데 올해 1월에는 12.0%로 한 달 만에 3.4%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그사이 글로벌 상위 10개사 중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70.4%에서 올 1월 73.3%로 상승하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빈자리를 꿰찼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의 점유율은 지난 연말 30.8%에서 올 1월 34.2%로 상승했다.
비야디(BYD)의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6.9%에서 11.3%로 급증했다. 2년 전 기준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중 80%가 CATL 등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했고, 테슬라 역시 모델3 등의 라인업에 CATL의 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 인하가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저가형 LFP 배터리를 쓰려는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며 “기술력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CATL 등 중국 업체의 제품이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표준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올해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는 4508억 원, SK온은 836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226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지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제외하면 마찬가지로 수천억 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34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AMPC 보조금이 1조 6000억 원에 달했다.
배터리 업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불황을 넘으려면 정부의 생산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가격이 낮고 안전성이 높은 ESS용 LFP 배터리 설비로 바꿔나가고 있는데, 보릿고개를 넘을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ESS용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경우 2027년 LG에너지솔루션이 4조 원, 삼성SDI는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정부 지원책으로 수익성이 강화되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엄기천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생산보조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中 전기차 인기, 한국 소비자 기만에도 “중국산 뭐 어때”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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