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 사진 |
스토킹 피해 보호를 받던 20대 여성이 전자발찌까지 찬 가해 남성에게 도로 한복판에서 살해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피해 여성은 이 남성을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아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신변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해 또 한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니 황망하기 그지없다.
스토킹 가해자인 남성은 지난 15일 경기 남양주시 한 거리에서 피해 여성이 탄 차의 창문을 깨고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두 사람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고, 여성의 출근 동선을 알고 있던 남성이 길목에서 기다리다 벌인 계획범죄였다. 이 남성은 10개월 전 피해자를 칼로 위협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그 후에도 계속되는 스토킹으로 인해 구속수사 대상에까지 올랐으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지체하던 중 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은 남성이 피해 여성의 차량에 설치한 위치추적 장치에 대한 감정 결과를 기다리느라 그랬다는데, 참으로 안일하다. 그간 피해자가 직면한 위협만으로도 추가 범죄 위험이 컸다고 봐야 하지 않나.
스마트워치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남성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였다. 하지만 경찰은 가해자가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도록 하는 ‘3의2’ 조치까진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피습 직전 스마트워치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전자발찌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이 남성이 성범죄 전력으로 부착한 전자발찌는 법무부 소관이라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와는 연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국의 전자장비 감독 주체가 달라서 범죄를 막지 못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사법기관의 안이한 대처와 제도 허점이 낳은 비극이다.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였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피해 여성들이 아무리 신고를 해도 가해자와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범행을 막긴 어렵다. 재발·보복 위험이 큰 스토킹 범죄 특성을 감안해 구금·구속수사 등 피해자 보호 중심의 실효적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당국의 더딘 대응을 질타하고, 대책 마련과 함께 감찰을 지시한 것도 그래서다. 이번에야말로 스토킹 범죄 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접근을 미리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필요시 가해자 신병을 확보해 범행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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