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16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1500원을 웃돌며 장을 시작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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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가 변동성을 키운다. 주식 광풍이 불었던 1720년 영국은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버블’이 터지면서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조폐국장을 지낸 아이작 뉴턴도 상투를 잡고 지금 가치로 20억원을 날렸다. 그는 “복잡한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측량할 길이 없다”며 한탄했다.
그래도 주가는 기업 실적이나 산업 동향, 수급 상황 등을 따라간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쓴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 투자를 ‘주인과 산책하는 강아지’에 비유했다. 산책하다 보면 강아지(주가)는 주인(기업 가치)보다 앞서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국 집에 돌아갈 땐 주인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환율은 주가처럼 경제의 핵심적인 가격 변수지만 환율 예측은 주가 예측보다 훨씬 어렵다. 상대국과의 금리·물가·무역 등 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정치적 상황이나 외교적 갈등까지 변수로 작용한다. 중동 전쟁 발발 후 국내 환율이 그렇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3원 오른 1501원으로 출발해 1497.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심리적 저항선이라 할 1500원대에서 움직인 것이다.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은 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2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의 환율 상승은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유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페트로 달러’ 체제에선 에너지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도 증가시킨다. 전쟁 자체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늘린다. ‘서학개미’ 현상처럼 미국으로의 투자자금이 증가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들도 강(强)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의 경제적 기초체력이 견고하지만 이제 1500원대 고환율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2023년의 1300원대 환율로 돌아갈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환율이 높아지면 물가 상승으로 민생도 어려워진다. 환율 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도 필요하고 구조적·장기적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통화당국의 어깨가 무겁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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