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0 (금)

    천년 신목 위 찬란히 꽃피운 미래기술 [여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이현 '2026 대만 등불 축제' 가보니

    아리산 신목을 폐목재로 형상화한 '주등'

    '과학 기술 카니발'로 과거와 미래 이어

    [자이(대만)=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지난 15일 밤 대만 자이(嘉義)현 타이바오시 일원을 밝히던 수만 개의 등불이 꺼졌다. 13일간 진행된 ‘2026 대만 등불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인구 50만의 낙후된 농업 도시 자이현이 첨단 산업 거점으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자이현 정부에 따르면 이번 축제엔 당초 목표를 뛰어넘는 누적 136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축제로 인한 직접 경제 효과만 316억 대만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자이현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데일리

    ‘도약하는 대만, 점화하는 자이’를 주제로 막을 올린 2026 타이완 등불축제 현장. 아리산의 거대한 신목(神木)을 형상화한 주등 ‘광목(光沐)-세계의 아리산’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재활용 목재를 활용해 제작된 이 주등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대만의 의지를 담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축제는 단순한 야간 경관 행사를 넘어선 ‘거대한 도시 투자 설명회’ 성격이 짙었다. 자이는 더 이상 자신을 ‘아리산 가는 길목’으로만 정의하지 않았다. 그 상징은 21m 높이의 주등 ‘광목(光沐)’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리산의 천 년 신목을 형상화하면서도 외관에 폐재료와 재활용 목재를 과감히 도입했다.

    과거 자이의 경제를 지탱했던 ‘나무’라는 산업적 유산을 낡은 향수로 소비하지 않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과 결합해 생태 도시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도시의 과거를 버리지 않고 미래의 언어로 재해석한 탁월한 선택이자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데일리

    분홍색 아치형 조명 터널 너머로 말 형상의 등불이 보이는 축제장 풍경. 관람객의 이동 동선 자체가 하나의 전시가 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 구성은 자이의 산업 발전사를 한 편의 대서사시로 풀어냈다. 원주민 문화와 임업의 전성기를 지나온 관람객의 동선은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카니발’ 구역으로 이어졌다. 이곳은 자이가 현재 추진 중인 TSMC 첨단 패키징(CoWoS) 공장 유치와 아시아 무인기(UAV) AI 혁신 연구단지 조성 등 국가급 산업 전략을 정교하게 노출했다.

    지방 도시가 어떻게 첨단 산업을 수용하고 주민과 공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업 브랜딩’의 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기술 과시에 치중하지 않고 지역 농·어업 콘텐츠를 병렬 배치해 첨단 기술이 전통 산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재임을 보여준 점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도 선명히 드러났다.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인프라 수용력 부문에서 한계가 노출됐다. 주말 기준 하루 200만 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리자 고속철도(HSR) 자이역 일대는 마비 수준의 교통 정체와 셔틀버스 대기 행렬로 몸살을 앓았다.

    이데일리

    ‘도약하는 대만, 점화하는 자이’를 주제로 막을 올린 2026 타이완 등불축제 현장. 아리산의 거대한 신목(神木)을 형상화한 주등 ‘광목(光沐)-세계의 아리산’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재활용 목재를 활용해 제작된 이 주등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대만의 의지를 담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재정 자립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체 축제 예산 4억 2000만대만달러 중 중앙정부 지원은 7000만 대만달러 수준에 그쳐,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할 예산 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부 전시는 시민 중심의 축제라기보다 도시 정책 비전을 설명하는 홍보관처럼 느껴져 정서적 여운이 옅어졌다는 지적이다.

    천스카이 대만 교통부장은 “자이현에서 열린 등불축제는 자연 생태와 미래 과학기술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자이현에겐 단순한 관광객 유치를 넘어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2026 대만 등불축제 자이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빛 조형물. 대나무를 엮은 듯한 구조가 자이의 자연성과 수공예 미감을 함께 드러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