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기업 애로 151건 분석…물류비 급등(31%)·수출 불확실성(18%)
중동전쟁 끝은 언제…쌓여가는 수출 원단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우리 중동 지역 수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 3∼11일 접수한 151건의 기업 애로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물류비 급등과 관련한 지원 요청이 47건(31%)으로 가장 많았다.
자금지원 요청, 정부 프로그램 문의 등 기타 애로가 31건(21%)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수출 가능 여부 문의(18%), 바이어 연락 두절 및 수출 계약 취소(11%), 물류 애로 및 정보 요청(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물류비 분야에서는 운송비 급등은 물론 운송 지연으로 인한 창고료, 해상보험료까지 동반 상승하며 중동 수출 기업들이 '삼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란에 플라스틱 제품을 수출하는 A사는 선사로부터 컨테이너당 3천달러(약 450만원)의 전쟁위험할증료(WRC)를 요구받았다. A사는 추가 할증료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지 항구가 폐쇄돼 반송 또는 폐기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원유 동맥이자 수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봉쇄된 것도 수출 기업에는 치명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행 컨테이너선에 화학제품을 실은 B사는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자 선사로부터 대체항 기항을 통보받았다. 이에 따라 발생한 내륙 운송비 추가분은 고스란히 B사의 몫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로 공조 설비를 수출하기 위해 부산항에 제품을 입고한 C사는 선사의 운항 중단으로 화물을 부산항 창고에 쌓아두면서 매일 불어나는 창고료 부담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항공 물류 역시 한계 상황이다. 이집트 진출 기업인 D사는 화물 항공편 부족으로 인해 운송비가 평소보다 2배 이상 폭등해 핵심 기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우디행 물량을 실은 특송 화물이 홍콩 등 제3국에 묶여 이동하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중동 사태로 중고차 수출 시장도 긴장 |
물류 문제 외에도 수출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현지 바이어와의 연락 두절과 대금 회수의 불확실성이다.
전쟁 및 통신 사정 악화로 바이어와 연락이 끊긴 탓에 이미 제조를 마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제품의 납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이미 선적된 물량에 대해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밖에 이란으로 시약을 수출하려던 E사는 현지 수하인이 전쟁 위협을 피해 해외로 피신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물건을 받아줄 사람이 없어 통관이 불가능해지자 급히 반송을 추진 중지만 현지 물류 시스템 마비로 손을 쓰지 못해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현지 법인 설립이나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기업들 역시 인력 이동 차질과 자재 조달 지연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자 많은 기업이 예정된 중동 전시회 참가를 취소하는 등 중동 시장 마케팅 계획을 축소하며 중동 시장 개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업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총 80억원 규모의 '중동 상황 대응 긴급 지원 바우처'를 편성하고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인 모집에 나섰다.
이번 바우처는 물류 반송 비용, 전쟁 위험 할증료(WRS) 및 긴급 분쟁 할증료(ECS), 우회 운송비 등 중동 사태로 발생한 수출 물류 애로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기업당 최대 1억5천만 원까지 지원해 비용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단순한 운송 지연을 넘어 통관 불가나 대금 회수 불능 같은 실무적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며 "긴급 바우처 지원과 함께 실시간 현지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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