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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원유 공급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인 해외기업 A사 소유의 원유 90만 배럴이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판매된 사실이 드러났다. A사가 5~8일 국내 한 비축기지에 입고한 원유 물량은 총 200만 배럴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한 정유사가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A사와 구매 계약을 진행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런데 해당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인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했고 그 여파로 국제유가가 뛰자 A사는 더 높은 값을 부르는 다른 국가로 200만 배럴을 모두 넘기는 계약을 추진했다고 한다. 이를 파악한 석유공사는 A사에 항의한 뒤 ‘우선구매권’ 행사 방침을 밝혔으나 110만 배럴만 뒤늦게 확보했다.
장기적 고유가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90만 배럴이 해외로 반출된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부와 정부 비축유 사업 관리 기관인 한국석유공사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은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산업부는 이번 사태를 산하 기관의 귀책 문제로 보고 석유공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석유사업법상 석유비축 계획·시책의 수립·시행은 산업부 장관의 책무다. 산업부는 1999년 국제공동비축사업 개시 이래 수차례 에너지 위기가 있었음에도 이번과 같은 제도 허점을 대비하지 못한 점부터 자성해야 한다.
석유공사도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법률로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을 보다 선제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는지 되짚고 재발 방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공사는 비축유의 운용·구입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다. 특히 우선구매권은 우리나라가 ‘국제공동비축’ 사업을 대가로 보장받는 권리다. 국내 원유 및 석유제품 비축시설 내 여유 공간을 산유국 등에 빌려주는 대신 유사시 우리 정부가 저장 물량을 국제가격으로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그러나 이번처럼 우선구매권 발동에 상대방 업체가 온전히 응하지 않고 일부 물량을 반출하면 제도 신뢰성에 금이 가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정부가 예단 없이 오로지 사실관계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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