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 |
‘그래 방탄처럼 그게 말은 쉽지.’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에 실린 트랙 ‘2.0’의 포문을 여는 가사다. 지난 앨범들을 통해 때때로 자신들의 높은 인기와 국제적 위상을 뽐내던 이들이지만, 이번에 발표한 ‘2.0’의 가사는 마치 누구도 그들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는 듯 보다 더 직설적이다.
‘spec 다른 step, 뛰지 않는 step two’, ‘여유 있게 다시 수고하러’ 등 자신들이 지닌 자신감과 자긍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방탄소년단은 이제 전전긍긍하며 뛰지 않아도 되고, 한 발만 내디뎌도 남들보다 훨씬 더 먼 길로 훌쩍 나아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팀이 되었다.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을뿐더러, 부정할 수도 없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K팝 산업에서, 나아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화 권력 그 자체다.
‘아리랑’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에일리언스(Aliens)’, ‘FYA’ 등 새로운 시작에 나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포부와 열기가 담긴 곡들로 채워진 파트다. 후반부는 타이틀곡 ‘스윔(SWIM)’을 비롯해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처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 전반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위치한 인터루드(Interlude)인 ‘No. 29’에는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담았다. 이는 앨범의 시작을 여는 첫 번째 트랙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 활용된 민요 ‘아리랑’과 함께, 방탄소년단이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심어진 소리를 활용해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을 그들의 ‘뿌리’에 기대려 했음을 보여준다. 해외 유수의 작가진과 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한국인만의 서사를 깊숙이 심어둔 것이다.
21일에 열린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라이브 공연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 공연은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에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방탄소년단이 갖는 영향력을 단순히 아이돌 한 팀의 성공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대한민국의 거대한 국가적 브랜드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부상과 함께 세계적으로 대중문화 콘텐츠가 지닌 영향력이 매우 커졌고, 문화의 힘은 곧 연성 권력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방탄소년단은 세계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가장 먼저 대변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의 문화 권력이 눈에 띄게 단단해지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한국의 많은 아이돌 그룹도 자신들만의 길을 찾아서 음악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2.0’으로의 도약을 외치는 동안, 아직 ‘1.0’의 단계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자들도 수없이 존재한다. 방탄소년단을 따라 하기보다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해서 현재를 쟁취한 방탄소년단은 분명 희망의 증거다. ‘넥스트 방탄’의 진짜 주인공들은 그렇게 발굴된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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