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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3 (월)

    [사설]에너지 안보에 위기, 소비 억제에 민관 함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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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이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설령 전쟁이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려도 손상된 석유·가스전을 재가동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원유 손실량이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세계적 에너지 경제학자인 비롤 사무총장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사실 가격이 뛴 것보다 공급망 자체가 막힌 게 더 큰 문제다. 원유 수송 통로가 막히면 한국처럼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정부는 사태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었고, ‘전쟁 추경’도 밤을 새워가며 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특사를 파견해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고, 제재가 풀린 러시아산 원유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필요하면 5부제 또는 10부제 등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말마따나 지금은 ‘경제 전시 상황’(19일 수석보좌관 회의)이다. 민관이 함께하는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을 늦출 이유가 없다. 다만 생업으로 차를 모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급한 불을 끄는 것 못지않게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중장기 대책도 중요하다. 에너지 확보 전략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과 후로 나뉠 수밖에 없다. 우선 중동에 편중된 원유 수입선부터 미국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원전과 재생에너지 활용도는 더 높여야 한다. 바닥을 기는 에너지 효율도 근본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은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할 때 동일한 가치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제조 공정에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을 입혀 에너지 원단위(原單位)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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