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사람 해칠 수 없어”
‘러시아 스캔들’로 앙숙된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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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관련 특검을 지낸 로버트 뮬러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81)이 별세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쁘다”는 글을 남겼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를 받으며 균형 잡힌 시각의 소유자로 평가됐던 뮬러가 트럼프 측근 다수를 재판에 세운 데 대한 앙금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21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로버트 뮬러가 막 사망했다. 좋다, 나는 그가 죽어서 기쁘다”면서 “그는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해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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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뮬러의 악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대선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트럼프 캠프와의 연계 의혹이 제기됐지만, 독립적인 수사가 어려워지자 특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수사가 편향됐다면서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을 해임하자 여론은 더욱 고조됐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뮬러다. 뮬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 지명을 통해 FBI 국장이 됐지만,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임기를 연장하는 등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 취임 2주 만에 겪은 9·11 테러 당시에는 FBI의 구조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개혁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2013년에 FBI 국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미 해병대 출신에 강경한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가 특검 임명에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의 특검 임명 직후 “맙소사, 끔찍하다. 내 대통령 임기는 끝났다”고 푸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반쯤 현실이 됐다. 비록 뮬러가 대통령 자리에서 그를 쫓아내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수족 다수를 법정에 세웠기 때문이다. 뮬러는 22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트럼프의 측근과 러시아 정보 요원 25명 등 34명을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선거 캠페인 책임자를 지낸 폴 매너포트 등 핵심 참모진이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검 국면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를 ‘국가적 수치’ ‘완전히 이해충돌(conflicted)’ ‘신뢰를 잃은 밥(로버트의 애칭) 뮬러’라고 부르며 길길이 날뛰었다. 다만 뮬러는 수사 끝에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다. 뮬러 특검은 2019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캠프 구성원들이 러시아 정부와 선거 개입 활동에 공모하거나 협력했다는 사실은 입증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현 대통령의 지위도 모호한 결론을 내리는 원인이 됐다. 법무부 방침상 현직 대통령은 기소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은 나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입증하지도 않았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그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결백함을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가 공론화된 지 2년 동안 뮬러 특검과 러시아 관련 수사를 1100번 이상 공격했다. 그렇게 쌓인 분노가 뮬러의 사망 소식에도 터져나온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여야에서 모두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네브래스카) 하원의원은 “기독교적이지 않은 행동이며 잘못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하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형적으로 저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언사”라고 꼬집었다. 반면 같은 공화당이지만 뮬러를 임명한 부시 전 대통령은 “평생 공직에 헌신한 인물”이라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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