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진의 글로벌 픽 <4>
주사부터 먹는약까지 전세계적 GLP-1 인기
미국인 8명 중 1명 약 복용…먹는 섭취 줄여
2030년 3000만 명 이상 전망…70% 간식↓
‘양보다 질’ 소비자에 양 줄이고 성분 늘려
펩시코, 도리코스에 단백질·선칩에는 식이섬유
제품 포장지 ‘GLP-1 친화적’ 문구 삽입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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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한국에서는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유행입니다. GLP-1이란 우리 소장 말단과 일부 뇌, 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이 호르몬을 흉내 내는 유사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LP-1은 음식을 먹고 혈당이 오를 때 인슐린 분비를 높이고 위에서 소장으로 음식물을 넘어가는 속도를 늦춥니다. 여기에 뇌에 작용해 포만감은 높이면서 식욕을 낮추는 효과를 냅니다. 머리와 몸 모두 식욕을 억제하는 셈이지요. ‘헬시플레저’ 열풍을 타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치료제의 인기가 나날이 높은 이유입니다. 발빠른 제약사들은 주사제부터 먹는 약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1월 위고비 알약을 출시했으며, 일라이릴리도 올해 자체 개발한 경구용 약물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 약들은 비만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뜨겁습니다. 비영리 건강정책 추적기관 KFF 건강 추적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8명 중 1명 꼴로 현재 오젬픽이나 젭바운드와 같은 GLP-1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에는 현재 복용 중인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별도로 응답자의 18%는 과거 복용 후 다시 복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워낙 대중화되다보니 GLP-1 계열 약물 가격이 하락하고, 먹기 편한 알약 형태의 약물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GLP-1 치료를 받는 미국인은 1000만 명으로 2030년에는 3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GLP-1 약물의 인기는 반대로 식품·음료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했습니다. KPMG에 따르면 GLP-1을 복용하는 성인은 평균적으로 21%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식료품 지출도 약 3분의 1 가량 줄었습니다. 약물 사용자의 70%가 간식 섭취량도 줄였고, 45%는 식사와 음주량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JP모건은 GLP-1 약물 사용 효과로 2030년까지 식품·음료 업계의 연간 매출이 300억~550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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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식음료(F&B) 업계에서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언스트앤영의 전략 및 실행 부문 책임자 돈 K.존슨은 “업체들이 GLP-1 친화적이라는 표시를 하거나, 1회 제공량 감소, 단백질 함량과 수분 섭취 강조 등 헬시플레저족들을 공략하는 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GLP-1계열 약물은 사용자의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기 때문에 보다 양질의 칼로리가 중요합니다. 말 그대로 ‘양보다 질’인 셈입니다. 또 근육 손실 방지를 위한 단백질, 장 건강과 소화를 위한 식이섬유, 메스꺼움·두통 등 부작용 완화를 위한 수분 섭취가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식음료 업체들은 이러한 수요를 잡기 위해 더 건강한 선택지로 제품군을 다변화했습니다. 최근 몇 달 간간 펩시코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도리토스를 출시했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선칩과 스마트푸드 팝콘을 공개했습니다. 네슬레는 ‘GLP-1 친화적’이라는 문구를 냉동식품 비탈 퍼슈트 포장지에 기재했고, J&J스낵푸드는 냉동식품 코너에 단백질이 첨가된 소프트 프레첼과 항산화 성분과 수분 보충 성분이 포함된 루이지스 이탈리안 아이스 등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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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체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GLP-1 사용자들이 저녁 외식을 줄이는 것은 물론, 아침 식사 자체를 거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번스타인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GLP-1 사용자들의 외식 빈도는 음식 종류와 상황에 따라 최대 45%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패스트푸드 부문의 저녁 시간대 매출은 0.4%가 줄었고, 식당 방문객 수도 6%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맥도날드는 GLP-1 사용자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치폴레는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컵을 출시했습니다. 올리브 가든은 별도의 저칼로리 메뉴를 출시하는 대신, 기존 대표 메뉴의 1회 제공량도 줄이고 가격도 함께 낮추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GLP-1 성분이 매일 복용하는 알약 형태로 출시된다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레스토랑과 식품 공급업체들은 GLP-1 사용자의 식습관에 대한 최신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즉시 개발하고 있습니다. 네슬레 미국 최고책임자(CEO) 마티 톰슨은 “GLP-1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제품이나,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강조하는 보조적인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음료 시장에서도 GLP-1 고객들을 공략할 수 있는 단백질 셰이크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도 GLP-1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식음료 업계 역시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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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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