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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이 반도체를 넘어 플라스틱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헬륨 공급 부족으로 시작된 소재 위기가 이번에는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납사(나프타)로 옮겨가면서 종량제봉투 등 생활 밀착형 제품의 공급 차질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23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사실상 차질을 빚으면서 나프타 공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류 정보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나프타 사용량의 약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 가운데 약 60%를 페르시아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 이후 약 50% 급등해 톤당 87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고전하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원료비 상승이라는 이중고가 덮친 셈이다.
원료 수급이 한계에 다다르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계약 불이행을 의미하는 ‘포스마쥬르(불가항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업체인 여천NCC가 포스마쥬르를 공식 선언했고, 롯데케미칼·LG화학·한화솔루션 등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제품 공급이 줄어들면 이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영향이 일상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량제봉투다. 종량제봉투는 나프타를 열분해해 생산된 에틸렌을 중합한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들어지는데, 일부 제조업체의 원료 재고가 약 한 달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단순 가격 상승을 넘어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격 상승 압박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폴리에틸렌 공급가는 약 20만원 인상됐다. 또 일부 업체는 다음 달부터 최대 80만원 추가 인상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종량제봉투 생산량은 연간 약 18억장에 달한다. 2024년 일반용 종량제봉투는 14억4672만6000장 제작됐는데, 이 중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제품이 5억2128만5000장,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제품이 4429만장을 차지했다.
같은 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도 3억4577만3000장 생산됐다. 이 중 HDPE 제품은 2억5951만4000장으로 약 75%를 차지했다. 재사용 종량제봉투까지 포함하면 폴리에틸렌 의존도는 더욱 높다.
원유 기반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대안으로 재활용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확대와 재활용 원료 기반 생산 전환이 중장기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재활용 페트(r-PET) 등의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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