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이슈]부산 항공사 기장 살인사건
■ 방송 : CBS 라디오 <부울경 투데이> 부산FM 102.9·울산FM 100.3·경남FM 106.9 (17:00~17:30)
■ 진행 : 박상희 부산CBS 보도국장
■ 대담 : 박진홍 부산CBS 사회부 기자
■ 진행 : 박상희 부산CBS 보도국장
■ 대담 : 박진홍 부산CBS 사회부 기자
◇박상희> 지난주 부산에선 현직 항공사 기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숨진 기장과 같은 항공사에 다녔던 전직 부기장으로 밝혀졌는데요. 이 부기장은 숨진 기장뿐만 아니라 다른 기장들도 살해하려고 계획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부산CBS 박진홍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박진홍> 안녕하십니까?
◇박상희> 가장 먼저 부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17일, 그러니까 지난주 화요일이었죠?
◆박진홍> 네 맞습니다. 처음 신고가 들어온 건 17일 아침 7시쯤입니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복도에 남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는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됐는데요. 이웃이 발견해 신고했고,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숨진 피해자인 50대 A씨는 국내 한 항공사 소속 현직 기장입니다. 몸에는 날카로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발견됐는데요. 곧바로 수사에 나선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A씨와 과거에 같은 항공사에 근무했던 전직 부기장 김모씹니다. 김씨 동선 추적에 나선 경찰은 사건 당일인 17일 저녁 8시쯤 울산 남구 한 모텔에 숨어있는 김씨를 검거했습니다.
일산-부산-창원…기장 노리고 전국 돌아다닌 살해범
◇박상희> 그러니까 범인 김씨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 동료인 피해자를 찾아가서 살해했다 이런 말인데, 김씨 범행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면서요?
◆박진홍> 네 맞습니다. 김씨는 부산으로 압송된 직후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3년 전부터 준비했고, 기장 4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사실 김씨는 부산 범행 전날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도 같은 항공사 소속 또 다른 기장 B씨를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쳤습니다. 김씨는 지난 16일 새벽 기장 B씨가 사는 자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B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도구를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는데, B씨 저항이 매우 거셌나 봅니다. 두 사람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러다가 김씨는 그대로 달아나 버립니다.
B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당시에 김씨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누가 자신을 습격했는지 모르겠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낮에 CCTV를 돌려 본 경찰이 얼굴 사진을 뽑아가서 "이 사람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B씨가 "이 사람 예전에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김씨가 특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김씨 동선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사이에 김씨는 부산으로 와서 A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김씨는 부산에서 A씨를 살해한 뒤에는 곧바로 경남 창원으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세 번째 범행 대상인 기장 C씨가 살고 있는 곳인데요. 이땐 이미 경찰이 김씨가 연쇄적으로 같은 항공사 기장들을 노리고 있는 걸 파악하고, 항공사 측과 연락해서 김씨와 무언가 접점이 있는 기장들을 신변보호하고 있던 땝니다. 그래서 김씨가 C씨 자택에 도착해 보니, 주변에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낌새가 이상하니까 범행에 나서지 못하고 그대로 울산으로 달아났습니다.
"3년간 범행 준비"…자택 알아내려 택배기사 위장까지
◇박상희> 정리하면 전직 부기장인 김씨는 이틀간 기장 3명을 살해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을 실제로 찾아가 1명은 살해하고 2명은 살해하지 못했다는 말인데. 상당히 계획적으로 움직인 걸로 보입니다?
◆박진홍> 맞습니다. 김씨가 이번 범행을 상당히 오랫동안 계획한 정황이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선 경찰에 붙잡혀 부산으로 압송된 직후 김씨는 "이번 범행을 3년 전부터 준비했고, 기장 4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는데요. 김씨는 자신이 범행 대상으로 정한 기장들이 현재 살고 있는 거주지를 정확하게 알고 찾아갔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초기에 김씨가 도대체 어떻게 기장들의 주소지를 정확히 알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는데요.
항공업계에 따르면 같은 항공사 직원이라도 연락처 정도 말고는 서로 집 주소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고 합니다. 주소는커녕 서로 비행 스케줄표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고요. 사실 이건 항공사만 그런 게 아니라, 앵커님도 제 집 주소를 정확히 모르시지 않습니까? 저도 앵커님이 사는 동 정도는 알고 있지만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거든요. 회사에서 인사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면 집 주소와 같은 개인 정보는 매우 알아내기 힘든 정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김씨는 피해 기장들의 자택을 모두 정확히 알았습니다. 더군나나 김씨는 2년 전에 이 항공사를 퇴사한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주소를 알아냈느냐,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 김씨는 자신이 범행 대상으로 정한 기장 4명을 상대로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3년 동안 뒤를 밟으며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어떤 방식이냐면, 기장이 비행을 마치면 공항에서 바로 퇴근하지 않습니까? 이때 기장이 어디로 가는지를 한 명 한 명 따라다니면서 파악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라가면 기장이 어느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까진 볼 수 있지만, 정확한 동 호수는 알아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김씨는 택배기사로 위장을 합니다. 택배 배달온 척 하고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면서 해당 기장이 사는 집이 맞는지 확인하고, 그리고 이웃 주민들에게 기장이 여기 사는 게 맞는지 일일이 물어보는 수법을 썼다고 합니다.
또 같은 방법으로 기장들의 생활 패턴도 상세히 파악한 걸로 보이는데요. 일산 피해자가 습격당한 시각은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던 시각이었고, 부산 피해자는 새벽에 운동을 나가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들이 언제 집을 나서는지 김씨가 사전에 알고 그 전에 미리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승강기에 '고장' 붙여 유도…휴대전화 끄고 현금만 사용
◇박상희> 일일이 뒤를 밟고 택배기사로 위장까지 했다. 준비를 이렇게나 철저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헀다면 범행도 상당히 치밀하게 했을 것 같은데요?
◆박진홍> 네 말씀대롭니다. 범행 전과 후를 보면 실제로 범행 실행 단계에서도 치밀하게 움직인 모습들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우선 첫 번째 피해자가 나온 일산 범행을 살펴보면, 16일 새벽에 김씨는 기장 B씨가 사는 아파트로 갑니다. 김씨는 B씨가 집을 나서기 전에 B씨가 사는 층에 있는 승강기 출입문에 '고장'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붙입니다. 그런 뒤에는 비상계단으로 가서 숨습니다.
출근길에 나선 B씨는 승강기를 타려고 했는데 문에 '고장'이라고 붙어 있으니 자연스레 비상계단으로 향했는데요, 김씨는 바로 이걸 노린 겁니다. B씨가 비상계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김씨는 B씨를 덮치면서 도구를 이용해 목을 졸랐는데, 변수는 B씨 저항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점입니다. B씨가 거세게 저항하는 바람에 김씨는 그대로 달아납니다.
다음날 새벽 부산에서 A씨를 살해할 때도 김씨는 아파트 앞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때 A씨를 살해하는 데 쓴 흉기는 온라인에서 미리 구매한 흉기였습니다. 또 A씨를 살해한 뒤에는 흉기를 캐리어에 넣어 숨기고,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으면서 이동했습니다. 휴대전화 전원은 위치추적을 당할 가능성을 생각해서 아예 꺼버렸고, 신용카드를 쓰면 생활반응이 곧바로 드러나니까 돈 쓸 일이 있을 때는 현금을 썼습니다.
이동 수단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대중교통은 사실 실시간으로 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하는 건 쉽지 않거든요? 이런 행동들은 경찰 추적망을 피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 모습으로 불 수 있습니다.
◇박상희> 그러면 이제 드는 의문은 김씨가 왜 이토록 전 직장 동료인 기장들을 살해하려고 마음먹고, 따라다니며 준비하고, 치밀하게 범행에 나섰는가 하는 점인데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단계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범행동기가 있습니까?
◆박진홍> 우선 김씨 스스로 자신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밝힌 게 있는데요, 그 목소리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전 동료인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부기장 50대 김모씨가 2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부산지검으로 호송되고 있다. 정혜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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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왜 4명을 살해하려 했습니까? 유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없습니까? 할 일을 했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피해자 주소는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김씨>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사람 인생을 함부로 파괴하는 그 부당한 기득권에 맞서서 제 할 일을 했습니다.
'공사 기득권' 언급한 범인…범행동기는 피해망상?
◆박진홍> 방금 들으신 음성은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범행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김씨가 남긴 말인데요. 김씨는 17일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됐을 때도 "공군사관학교의 부당한 기득권에 억울하게 인생을 파멸당했기 때문에 제 할 일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상희> 부당한 기득권을 계속 언급하고 있고, 공군사관학교 이야기도 하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는 왜 이토록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설명이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박진홍> 김씨가 남긴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두고 현재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상황인데요. 이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김씨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항공업계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공군사관학교 출신입니다. 그럼 공군사관학교 기득권이 부당하다는 건 무슨 말이냐? 이런 의문이 드는 지점인데.
김씨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비조종병과인 정보장교 출신입니다. 공사에 입학했다고 모두 다 전투기를 모는 조종병과로 가는 건 아니거든요? 신체적으로 비행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비행 훈련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엔 비조종병과로 복무하게 됩니다.
어떤 이유인진 알 수 없지만, 김씨는 정보장교로 5년간 의무 복무를 마쳤는데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은 여전했던 모양입니다. 전역 이후에 미국으로 가서 조종사 면허, 일명 면장을 취득하는데요. 통상 이 과정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김씨는 다른 기장들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시점에 비행을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이 때문에 김씨가 비조종병과 출신인 자신을 공사 조종사 출신인 기장들이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줬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앙심을 품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공사 조종병과 출신이 아닌 파일럿들도 상당히 많고, 항공사에서 별다른 불이익도 받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경찰 수사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씨가 언급한 '공사 기득권'이 이 항공사에 실제 있었던 건지, 아니면 김씨만의 생각인지를 놓고 봤을 때는 현재로서는 후자에 가깝다는 게 항공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었습니다.
또 김씨는 해당 항공사에 다닐 때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오랜 기간 낸 뒤에 2024년 자진해서 퇴직한 걸로 확인됐는데요. 이 시점을 전후로 범행을 계획했다는 걸 보면, 자신이 질병을 얻어서 비행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기장들에게 있다, 저 사람들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 이렇게 생각한 것 아닌가 하는, 극심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게 범행을 저지르게 된 원인이 아닌가 하는 말이 항공업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고요. 이런 점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범행 동기라고 불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아냐…신상공개 여부 논의
◇박상희> 범행동기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도 그렇게 보고 있는 건가요?
◆박진홍>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경찰도 극심한 피해의식 또는 피해망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건 맞는 듯합니다.
우선 지난주에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평가를 통해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는지를 살펴봤는데, 일단 이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이 검사에서 25점을 넘기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하는데, 김씨는 이 점수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걸로 확인됐고요. 이와 별개로 경찰은 김씨의 정신 건강 상태가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고 있는 단곕니다.
지난 20일 부산지법은 김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현재까지 김씨는 현재까지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찰은 24일 오후에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씨의 신상을 공개할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박상희> 이번 사건은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선 앞으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 만약 김씨가 계획한 대로 흘러갔다면 자칫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뻔한 심각한 흉악 범죄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또 그렇게 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과연 어떤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부산 항공사 기장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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