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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돈 더 줘도 못보내”… 물류망 마비에 수출기업들 계약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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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지역 운송길 육해공 모두 막혀”

    일부 기업들 항공특송 서비스 이용

    항공 운임 급등에 해운망 병목까지

    제약-바이오업계도 물류비 큰 부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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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더 줘도 보낼 수가 없습니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물류망이 마비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이 납기를 맞추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항공·해상 운송이 동시에 막혀 납기일을 예측할 수 없게 된 탓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피해가 더욱 큰 상황이다.

    중동 지역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중견기업 A사는 최근 납품 기일 준수를 사실상 포기했다. 중동 지역으로 물건을 보낼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항공 물류를 이용해야 하는데 중동으로 가는 항공편이 줄어 대안이 없다”며 “계약 신뢰 때문에 육상, 해상, 항공 등 다양한 운송 방법을 강구했으나 방법이 없어 결국 납품을 무기한 연기하고 바이어에게 양해를 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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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화물 운임의 기준이 되는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 흐름을 보여주는 ‘발틱 항공화물 운임지수(BAI)’는 전쟁 전 2000 수준에서 16일 2065, 23일에는 2192를 기록하며 10%가량 상승했다. 아시아발 고부가가치 화물의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싱가포르발 운임 지표도 전쟁 전 199에서 23일 기준 362로 치솟으며 약 82% 올랐다.

    일부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항공 특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빠르게 제품을 보낼 수 있는 ‘익스프레스 화물’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항공 화물 운송 서비스는 보통 ‘일반화물’과 익스프레스 화물로 구분되는데, 익스프레스 화물은 1, 2일 내에 가장 빠른 항공편을 우선 배정받아 일반화물보다 요금이 20∼30%가량 비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평소 익스프레스 화물이 전체의 5% 내외였는데, 지금은 화물기 1대당 20% 정도가 익스프레스 화물로 채워지고 있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비싼 항공 화물을 이용해 수출 계약을 지키려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도 영세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여기에 전 세계 해운망이 다발적 병목 현상을 빚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구들이 사실상 폐쇄돼 선박들은 아시아 및 지중해, 다른 중동 국가 항구로 우회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 항구로 선박이 몰리면서 화물 선적 및 하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문제는 비용 상승이 아니라 납기를 제때 맞추는 ‘리드타임(Lead Time)’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라며 “물건을 항구나 공항에 내려도 유류비 상승 영향으로 화물차가 운송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항공 물류 비용 증가는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운송이 필수적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해상보다는 항공 콜드체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류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군다나 일부 물품의 경우 리드타임 지연은 비용 문제를 넘어, 제품 폐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 수출하는 업체만 500곳이 넘는다”며 “아예 수출을 유보해달라는 곳도 있다. 상품 보관에도 비용이 드는데, 대금을 받더라도 물류비가 올라 적자를 면하면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KOTRA가 3∼20일 접수된 전쟁 관련 기업들의 애로 사항 256건을 분석한 결과 물류비 및 물류 대체 노선에 관한 문의가 98건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계약 및 수출 취소, 건설 프로젝트 수주 차질에 관한 문의는 30건으로 12%였다. 이정상 KOTRA 해외진출지원센터장은 “물류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상황이라 정부 지원을 받아도 실제 수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영세한 업체들은 대응 방법을 찾기 더 어려워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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