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SS 2026에 신기술 대거 선봬
AI가 입원-퇴원-진료팀 매칭 수행… 대화 기반으로 임상기록 자동생성
美 UC Irvine은 100% ‘전기 병원’
고대 동탄병원 미래병원 첫 선언… 환자 연동형 스마트 시스템 구축
지난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IMSS(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 2026’에는 관계자 2만5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등록한 업체 부스는 1100여 개에 달했다. 라스베이거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스마트 미래병원’에 대해 “첨단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 치료 성과와 환자 경험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용은 절감시키는 병원”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계는 물론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 나가는 지금, 병원 현장도 예측보다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 고도화,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 돌려줘”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HIMSS(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 2026’이 지난 9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만50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나흘간 개최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업무를 완수하는 ‘에이전틱 AI(실행형 AI)’의 현실화였다.
이번에 참가한 MS, 구글, 오라클, 아마존웹서비스 등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새로운 AI 기반 도구를 앞다퉈 내놓으며 “기존 의료진이 짊어졌던 행정 사무 부담을 완벽히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기반으로 임상 기록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후속 진료 예약과 보험 청구도 지원하는 등 한층 매끄러운 작업 흐름을 구현했다. 병원에서 생성된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통합 분석하는 기술이 뒷받침된 결과다.
기조연설에 나선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의 존 할람카 사장은 “AI는 단순한 기술적인 유행이 아니라 의료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병원의 수익성 악화, 의료진 번아웃(소진), 농어촌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한다”며 “미래 의료의 표준이 될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고도화되더라도 인간 의료진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사들이 더 수준 높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장에서 만난 고려대의료원의 박홍석 의학정보지능본부장은 “모든 기술 발달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사들에게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중심’ 스마트 병원 도입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버리힐즈에 위치한 시더스 시나이 병원은 각종 평가에서 10년 연속 전미 최고 10개 병원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미국 국방부와 함께 미래의 수술실로 불리는 ‘OR360’을 개발해 환자의 부상 부위나 수술 종류에 따라 벽과 장비를 이동시켜 최적의 동선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새로운 스마트 병원도 준비 중이다. 기존의 개념과 완전히 다른, 진료실이 아닌 ‘디지털 커맨드 센터’ 중심의 병원을 예고했다. 일종의 항공사 관제탑처럼 AI가 환자의 입원과 퇴원, 가용 수술실을 초 단위로 분석해 환자 내원 시 최적의 병상을 확보하고 진료팀을 배정하는 식이다. 또 세계 최초의 간호사 보조 시스템으로 AI가 음성을 통해 전자의무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한다. 재난 시엔 벽을 뜯지 않고도 즉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를 갖췄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Irvine)의 새 병원도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해 2조 원을 투자해 12월에 144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미국 최초로 100% 자체 발전 전기로 운영되는 병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혁신적인 배치와 구조다. 수술실과 중재실, 영상의학 장비들을 축구장 3개 규모의 지하 가든 레벨에 배치해 중증 환자의 이동 시간을 줄였다.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의료진 간 협업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병원 정문에서 발레파킹 후 대기 없이 바로 검사나 진료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진료 후 정밀 검사나 입원이 필요할 때 동선이 끊기지 않는 환자 중심의 구조를 구현해냈다.
협력 기관으로 UC 어바인 병원을 방문한 고려대 손호성 의무기획처장은 “마치 공항 출국 층에 내려 안으로 차례대로 이동한 뒤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은 구조”라며 “환자 중심의 동선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동탄병원 “진료·교육·연구 혁신 이끌 것”
국내에도 구상 단계에서부터 미래 병원 설립을 선언한 곳이 있다. 바로 고려대 동탄병원이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700병상 규모의 최상급 종합병원으로 건립되는 ‘동탄 제4 고대병원’은 정밀 의료와 융복합 연구, 인재 양성 기능이 집약된 차세대 복합 의료 캠퍼스다.
미래 맞춤형 정밀 의학의 핵심인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의료 데이터 책임 관리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병원 내부에 직접 구축한 보안 서버와 유연한 확장성을 가진 외부 클라우드를 결합해 마치 그물망처럼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메시’ 인프라를 구축한다. 또 기존 고대의료원의 안암·구로·안산병원에도 AI 기반 플랫폼을 설치해 4개 병원이 고도화된 데이터 허브를 통해 혁신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에 없던 환자 중심 연동형 스마트 시스템도 구축된다. AI 기반 자율형 모니터링 및 서포트 시스템으로 의료진이 최적의 상태에서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병실 벽면에 환자와 의료진을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대시보드’가 구현돼 본인의 치료 경로에 대한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해진다. 또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기 전에 침대 주변의 센서가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낙상 위험을 알리거나 간호사에게 알림을 보내는 환경도 구축될 예정이다.
고려대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동탄병원은 가장 미래적이면서 중증난치성 질환에 집중하는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할 것”이라며 “최첨단 AI, 스마트 기술이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가장 유연하고 열린 병원으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교육, 연구에서 전에 없는 혁신 성과가 일어나도록 하겠다”며 “국내에 없던 최상의 환자 경험을 구현해 가장 진일보한 병원이 탄생할 수 있도록 고려대의료원의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