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배달 시장 성장 둔화…플랫폼, 새판 짜기 불가피
"플랫폼이 더 좋은 조건 제시해야 브랜드 확보"
OTT 콘텐츠 전쟁 산업 키웠듯…배달판도 같은 흐름
"강제 아닌 자율 선택…경쟁 촉진이 생태계 살리는 길"
배달의민족 라이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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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이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자처하며 전속 계약에 나선 배경은 명확하다. 쿠팡이츠의 맹추격이다. 팬데믹 특수가 끝난 배달 시장은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배민의 이용자수 증가세는 정체된 반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연매출 49조를 기록한 쿠팡을 등에 업고 가파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 배민이 먼저 칼을 빼든 것은 이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선제공격은 배달 플랫폼 시장 전체에 경쟁의 불씨를 당겼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배민 온리 발표 직후 일부 매장에 우호적인 조건을 내거는 등 맞불을 놓았다. 양대 플랫폼이 가맹점을 서로 잡아두기 위해 수수료를 내리는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플랫폼 산업은 본질적으로 다면시장이다. 배달 플랫폼 역시 음식점·소비자·라이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 지금 배민과 쿠팡이츠가 벌이는 가맹점 확보 경쟁은 이 생태계의 역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동안 플랫폼이 수수료를 정해놓으면 입점업체가 따르던 구조였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판의 주도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좋은 참고가 된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이 독점 콘텐츠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콘텐츠 제작사의 몸값이 치솟았고, 산업 전체의 투자 규모가 커졌다. 배달 시장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플랫폼의 ‘킬러 콘텐츠’가 되는 순간, 플랫폼은 이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고 마케팅을 지원하는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금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그 혜택을 먼저 누리고 있지만, 플랫폼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 경쟁력 있는 맛집·소규모 식당까지 수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물론 경쟁이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조건이 있다. 전속 입점이 자율적 선택이 아닌 사실상의 강제로 변질되거나, 플랫폼 간 담합으로 이어진다면 문제다. 플랫폼 스스로 자율적 참여 원칙을 지키고, 정부도 시장 확산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공정경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의 과실이 생태계 전체로 흘러가도록 판을 설계하는 것이 규제의 역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배민 온리를 막는 것이 아니다. 이 전쟁이 더 많은 플랫폼·더 많은 브랜드로 확산되도록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사활을 건 쟁탈전이 시작됐다. 그 전쟁의 최종 수혜자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봐야 할 때다.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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