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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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속에 급전 수요가 늘면서 카드론 등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조달금리 상승 부담에도 카드사들은 카드론 금리를 낮추며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2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022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171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9월 41조8375억원에서 10월 42조751억원, 11월 42조5529억원으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이후 연말 가계대출 관리 기조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며 수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카드론은 카드 발급이 가능한 차주라면 비교적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별도 심사 절차가 간단하고, 최장 36개월까지 연 13~14%대 중반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주로 중·저신용층이 이용한다.
또 다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이월잔액도 지난달 6조8353억원으로 전월보다 1159억원 늘었다. ‘대출 돌려막기’ 성격이 짙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역시 1조5399억원으로 전월 대비 758억원 증가했다. 수수료율이 16~18% 수준에 달하는 리볼빙까지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급전 수요 확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는 연초 자금 수요 확대를 주요 배경으로 지목한다. 설 명절 지출과 생활비 부담이 겹치며 단기 유동성 수요가 늘었고,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은 상황에서 대체 수요가 카드업계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1금융권의 보충재 성격이 크다”며 “생활자금 수요와 함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비교적 소액을 급하게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달금리 오르는데 카드론 금리는 하락
눈에 띄는 대목은 조달금리 상승기에도 카드론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3.38%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3.94%였던 금리는 같은 해 말 13.93%, 올해 1월 13.62%로 낮아진 데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여신전문금융채 3년물(AA+·무보증·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3.951%로 4%에 근접했다. 지난해 말보다 0.6%포인트 이상 오른 수준이다. 통상 카드사는 대출 재원의 70% 이상을 여전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이 때문에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이 뛰고, 카드론 금리도 함께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카드론 금리가 오히려 내려가는 것은 영업 전략 변화와 정책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영업 여건이 악화하자, 카드사들이 최고금리 상단을 낮추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전채 금리가 4% 수준까지 오르며 조달 부담이 커졌지만, 취급액을 유지하려면 금리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취급액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상단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조달금리가 높아 비용 부담이 크지만, 확보한 자금을 활용하려면 차주를 늘리는 방식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 속 ‘고신용자 쏠림’…저신용자 문턱 높아지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중·저신용자의 자금 조달 통로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익성과 건전성 부담이 커질수록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차주 중심으로 대출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용점수 800점 초과 고신용자의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3조2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반면 700점 이하 저신용자 취급액은 3조1212억원으로 7.1% 감소했다.
이미 카드론 수익성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수입비율은 1분기 평균 14.77%에서 4분기 평균 13.87%로 0.9%포인트 낮아졌다. 카드론 수입비율은 카드사가 카드론 운용을 통해 얻은 수수료와 이자 수익을 연이율로 환산한 지표다. 수입비율이 13~14% 수준이면 100만원 대출 시 연간 13만~14만원가량의 수익을 의미한다.
조달 다변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조달은 환율 상승 등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긴장 장기화로 고유가 우려가 커지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을 넘어 160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높은 것 자체가 카드사에는 큰 부담”이라며 “유동성 공급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가격과 연체율,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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