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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이동건의 심리렌즈] '나는 솔로' 30기 영자, 멋을 증명하려다 멋을 잃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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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 코너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연애 예능·리얼리티에 드러난 장면과 선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심리와 관계 구조를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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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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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솔로' 30기 영자는 눈에 띄는 사람이다.

    캐리어 하나를 씩씩하게 들고 들어오는 첫 장면부터 그렇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관행처럼 반복되던 에스코트 장면도 혼자 통과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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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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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 현장 관리감독으로 9년을 버틴 사람답게, 생존력과 독립성이 몸에 배어 있다. 전세 사기를 당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고, 주식으로 한 해 연봉을 잃고도 "입사 1년 늦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쉽게 휘청이지 않는 사람. 방송은 영자를 그렇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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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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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태도는 매력적이다. 삶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고, 손실 앞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누군가는 거기서 단단함을 보고, 누군가는 선망을 느낀다. 영자의 멋은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세상에 휘둘리기보다 세상을 버텨낸 사람의 자세.

    그런데 영자의 멋은 관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묘하게 결이 달라진다. 혼자 있을 때의 강인함이 둘 사이에서는 자주 판정의 언어가 된다. 이해보다 평가가, 대화보다 교정이 먼저 나온다. 상대를 읽기보다 고치려 드는 태도. 혼자 서 있을 때는 장점이던 힘이, 관계 안에서는 자주 피로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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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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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식과의 데이트가 그렇다. 운전이 서툴고, 젓가락질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영자는 계속 말을 얹는다.

    "친구한테 차 환불해달라고 하는 거 어때요?"
    "솔로나라 와서 운전 연수를 해주고 있는 게 진짜."

    애초에 영식은 운전 연수를 부탁한 적이 없다. 영자가 먼저 나섰고, 그 호의가 다정하게 읽히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그 배려는 점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상기시키는 사람의 말투다. 영식은 그 타박에 맞서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받아낸다. 어느덧 고마움이 아닌 위축감이 남는다.

    상대가 크게 반발하지 않으면, 말한 사람은 자신의 방식이 얼마나 자주 선을 넘는지 체감하지 못한다. 불편을 준 말은 그녀의 웃음소리 속 농담처럼 수습되고, 그 화법은 교정되지 않은 채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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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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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지적이 관계를 살리려면 최소한의 감각이 필요하다. 상대가 지금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인지, 그 말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옳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영자의 말에는 종종 그 점검이 빠져 있다. 상대를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의욕은 있을지 몰라도, 상대의 존엄을 덜 다치게 만드는 기술은 부족해 보인다.

    ​영자의 화법은 유독 한 방향으로 흐른다. "나는 이런 걸 해내는 사람"이라는 자기 증명이다. 캐리어를 혼자 드는 사람, 불을 척척 피우는 사람, 고기를 잘 굽는 사람, 손해를 털고 가는 사람. 영자는 그런 사람일 수 있다. 다만 그 특별함이 단독으로 서지 못하고, 자꾸 비교의 구도 위에 올라탄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말이, 쉽게 너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공기로 번진다. 그 순간 매력은 증발하고, 관계에는 긴장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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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우는 사람들에게 "왜 울죠?"라고 반응하는 장면도 비슷하다. 정말 궁금해서 던진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주는 인상은 호기심보다 "나는 저쪽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자기 표지에 가깝다. 영자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주 자신만의 결을 드러내는 데 집중돼 있다. 그 결이 매력으로 읽힐 때도 있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피로로 남기도 한다. 다름을 드러내면서 상대를 낯설고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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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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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자는 상남자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건 정작 본인이 그 에너지를 가장 강하게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게 성숙한 주도성으로 보이기보다, 조급한 판정과 서툰 권위로 보일 때가 있다. 빨리 판단하고, 세게 말하고, 대화를 단순화하는 방식. 강한 사람의 언어라기보다, 강해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의 언어에 가깝다.

    그래서 소개팅을 100번 넘게 했지만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는 말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물론 인연은 타이밍이고, 취향은 복잡하며, 몇 장면만으로 모든 걸 단정할 순 없다. 다만 드러난 태도만 놓고 보자면, 영자는 사람을 깊이 보기 전에 먼저 평가하는 쪽에 가깝다. 입체성을 발견하기 전에 부족한 지점부터 포착하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는 편안해지기보다 평가받는 기분이 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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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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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자에게 필요한 건 더 강해지는 일이 아니다. 이미 충분히 강하다. 필요한 건 힘을 빼는 법이다. 내 기준을 유보하는 법, 상대를 고치기 전에 읽는 법, 다름을 미숙함으로 번역하지 않는 법. 멋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타인을 위축시키지 않고도 멋있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영자는 지금도 충분히 눈에 띄는 사람이다. 다만 눈에 띄는 것과 오래 보고 싶은 것은 다르다. 지금의 영자는 자꾸 자기 멋을 증명하려 든다. 진짜 멋은 그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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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ENA, SBS Plus '나는 SOLO'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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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경제=이동건 기자 ldg92021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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