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후의 순간 '마지막' 지구 여행
목적지 '타우세티'는 실존하는 별
마크 저커버그, 광속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 참여
유럽우주국은 '동면 상태' 비행 연구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사진=프로젝트 헤일메리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
태양이 죽어간다. 지구에 빛과 열을 공급하는 근원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태양의 종말을 막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는 우주선 '헤일메리호'를 타고 우주로 떠난다. 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까지 당도한 그는 지구와 똑같은 위기에 봉착한 외계 행성의 생명체 '로키'와 조우한다. 이들은 서로의 과학·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행성을 구해낼 방법을 찾는다. 개봉 첫 주만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SF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다. 소설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인간이 '임시 동면' 상태로 '광속 우주선'에 탑승한 뒤 외계 생명체를 만나 친구가 된다는 이 줄거리는 일견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실제 학계에서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를 끊임없이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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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나는 광속 우주선, 진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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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메리'만큼은 아니지만, 실제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 등이 주도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다. 사진은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공식 이미지. /사진=브레이크스루 스타샷 공식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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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헤일메리'는 주인공이 탑승한 성간 우주선이다. 광속의 최대 92%라는 빠른 속도로 우주를 돌파한다. 초당 약 30만㎞를 비행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1초 동안 지구 둘레를 약 7바퀴 돌 수 있는 속도다.
'헤일메리'만큼은 아니지만, 실제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 등이 주도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립자 같은 쟁쟁한 재벌들이 참여한 가운데 '광속의 20%'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헤일메리 우주선이 파괴적 힘을 가진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를 연료로 썼다면,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은 빛의 압력으로 선체를 밀어내는 레이저 추진 방식을 채택했다. 지구에 매우 거대한 레이저 장치를 설치한 뒤, 수백 기가와트(GW)급 레이저 빔을 우주선을 향해 쏘는 방식이다. 이는 우주선이 매우 작기 때문에 가능하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의 우주선은 사실 통신 장비, 카메라 등 필수 장비만 오밀조밀하게 실린 우표 크기의 물체다.
이 우주선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항성인 '알파 센타우리'를 목표로 한다. 태양계에서 약 4.37광년 떨어진 곳인데, 광속 20%의 속도로 달린다면 약 20년 내에 인류가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인류가 최고의 기술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거리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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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상태로 우주 여행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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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망원경이 촬영한 NGC 7635 성운. NASA가 2017년 공개한 사진. /사진=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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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 박사는 오랫동안 동면 상태였다. 십수 년에 걸친 우주 비행에서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딜 수 있도록 약물을 먹여 '가사' 상태로 만든 것이다.
동면 상태로 우주를 여행하는 연구는 실제 유럽우주국(ESA)이 진행 중이다. ESA 우주환경과학팀은 2019년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우주비행사를 일정 시간 동면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지방을 축적한 우주비행사에게 약물을 먹여 잠이 들게 한다. 비행사는 빛을 차단해 어둡고 온도가 낮은 개인용 원형 캡슐에서 잠든다. 180일 후 깨어나면 약 21일간 회복 기간을 가진 뒤 다시 활동하는 구조다.
ESA는 이탈리아 볼로냐대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생쥐 실험에서 임시 동면 상태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동면 상태의 인간을 강력한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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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의 고향 '타우세티'는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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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왼쪽)과 타우세티(오른쪽)의 밝기와 크기를 비교한 그림 /사진=위키미디어 |
헤일메리 우주선의 목표 지점은 지구에서 약 11.9광년 떨어진 '타우세티'다. 타우세티는 실재하는 항성이다. 태양과 매우 비슷한 특성을 띠고 있어 '태양의 쌍둥이 형제'라고도 불린다. 타우세티의 질량은 태양의 약 78%로, 태양처럼 안정적으로 빛을 낸다.
그런데 빛은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핵심 물질이다. 타우세티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여러 행성 중 지구-태양만큼의 거리에서 적절한 빛을 받는 행성이 있고, 액체 상태의 물 같은 환경적 조건까지 형성돼 있다면 그 행성은 외계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유력 후보가 된다. 이른바 '골디락스 존'이다. 골디락스 존은 행성 중에서도 '거주 가능한 구역'을 말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미 수십 년 전 타우세티에 존재할 수도 있는 외계 생명체와의 소통을 시도한 천문학자가 있다"며 "'오즈마계획'을 주도한 프랑크 드레이크 박사"라고 했다. 오즈마계획은 1960년대 미국에서 수행한 '외계 생명체 찾기' 프로젝트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왔다. 드레이크 박사는 지상에 설치한 거대 전파망원경으로 타우세티에 전파 신호를 보냈다. 다만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문 박사는 "의미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학사적으로 중요한 관측이었고, 이같은 시도가 영화에서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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